[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거절 당하는 만큼 더 단단해져…상대 이해하는 눈 기를 수 있죠"
입력
수정
지면A27
서정규 장독대 총괄상무“거절을 괴로워하지 말아야 해요. 거절당하면서 내가 단단해지고 그만큼 지식과 경험이 쌓이거든요. 그렇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는 겁니다.”
35년 동안 자동차 영업을 하며 이른바 ‘영업의 달인’으로 불렸던 서정규 씨(현 반찬전문기업 장독대 총괄상무)는 3일 자신이 쓴 《거절당하는 기술》이란 책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구직으로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영업맨으로 직군을 옮긴 지 5년 만에 ‘영업왕’에 올랐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년 동안 판매왕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한 해에 차량 400여 대를 팔기도 했다.책은 ‘거절당하지 않는 방법’이 아니라 저자만이 알고 있는 ‘잘 거절당하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여러 사람과 함께 공존해야 하기에 수많은 거절을 당하는데, 그때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상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업왕이었던 그도 처음엔 고객에게 문전박대를 당하며 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난 잘될 거야, 잘할 수 있어”라고 자기최면을 걸었다고 한다. 서씨는 “내 일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정말 깊숙이 파고들어서 내가 왜 영업을 해야 하는지 목적을 확인하고 최종적인 내 종착역이 어딘지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책에 따르면 거절은 단순히 영업직군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생활 속 여러 관계에서 자주 일어난다. 저자는 “이 시대를 사는 누구나 요구를 하고 부탁을 한다”며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이미 ‘나는 거절을 당할 것이다’라는 전제를 갖고 접근하면 거절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충격이 작은 거절을 통해 상대의 성향이나 상대가 뭘 필요로 하는지 생각하고 계속 교류할 힘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상대를 파악하며 두 번째, 세 번째 관계를 이어간다면 상대가 미안해서라도 거절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그가 35년간 겪은 거절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계산형’을 꼽았다. 계산형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까봐 걱정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고객 유형이다. 많은 유형이고 좀처럼 마음을 얻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계산형이건, 결정을 못 내리는 ‘불안염려형’이건 어떤 설득과 설명도 믿지 않는 ‘의심형’이건 마음을 여는 방법은 하나”라며 “상대의 거절을 ‘안 되는 이유를 알려주는 방식’이라 생각하고 내 이익보다 상대를 이해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규 지음, 이콘출판, 244쪽, 1만38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