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량 보급은 시기상조?"…테슬라 주가 연초부터 7%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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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 거래일 대비 6.8% 하락한 한 주 당 310.12달러에 마감했다. 테술라 주식 가격은 지난해 최고가 387달러와 비교하면 20%가까이 하락했다.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4분기 차량 인도량이 총 9만700대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9만2000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3’의 출고 대수가 6만3150대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6만4900대보다 적었다.
테슬라는 모델3의 대량 보급 성공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국의 주요 도시에 전기차를 위한 슈퍼차져(급속충전기)와 정비소 등 인프라가 제대로 보급되기 위해선 일정 대수 이상의 차량이 판매되야 한다. 테슬라가 최초로 중산층을 타겟으로 선보인 모델3의 판매량이 관건이다. 차 값이 4만달러대인 모델3는 도요타나 폭스바겐과 같은 대중차 브랜드의 가솔린 세단 이용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차량으로 평가된다.
고성능 세단 ‘모델S’의 최고 사양 모델은 차를 가장 싸게 파는 미국에서도 가격이 13만달러가 넘는다. 포르셰 911보다 비싸고 벤츠 S클래스의 고급 모델과 가격이 비슷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X’는 더 비싸다. 모델S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X는 부유한 얼리어댑터들이 주로 구매하기 때문에 판매량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가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전기차 모델3와 모델S, 모델X 등 전 차종의 기본 가격을 각각 2000달러씩 인하한 점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델3의 기본 가격은 4만6000달러에서 4만4000달러로 낮아진다. 테슬라는 “미 연방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데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믿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제프리 오스본 코웬 연구원은 “가격 인하는 미국 내 얼리어답터들의 수요가 절정에 달했음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테슬라의 주가 폭락은 주식시장의 과잉반응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는 다음달부터 그동안 생산량이 모자라 커버하지 못했던 유럽과 중국 소비자에 모델3 차량 인도를 시작하는 등 판매부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CEO)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의 플러그인 전기차 시장의 판매대수 50%, 매출로는 3분의 2를 차지했다”고 자랑했다.
차량 생산량 증가 속도도 순조롭다. 테슬라의 지난해 연간 차량 출고 대수는 24만5240대로, 전년도인 2017년 10만3082대의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작년 4분기만 기준으로 놓고 봐도 9만700대의 생산량은 전년 동기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제임스 알베르타인 커스터머에지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시장을 감안하면)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는 전혀 문제될 부분이 아니며 전기자동차 시장의 경쟁도 이슈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