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문재인 정부, 내부고발 인정할 줄 알았는데…진정성 의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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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前 기재부 사무관, 공개 유서에서 뭘 말하려 했나
"나라가 좀 더 좋아지길 바랐을 뿐, 죽으면 나의 주장 믿어줄 것"
극단적 선택 암시 후 잠적…경찰 4시간여 만에 신씨 발견
생명 지장없어…안정위해 병원行
정치적 배경 의심하는 시각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억울함 토로
“말하지 않고는 못견딜 것 같아서 말한 것”“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는 112신고가 서울 관악경찰서에 접수된 것은 이날 오전 8시45분. 신고자인 신 전 사무관의 친구는 이날 오전 7시 신 전 사무관으로부터 ‘요즘 일이 힘들다’ ‘행복해라’는 내용의 예약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서울 대학동 한 고시원에서 3장 분량의 유서와 휴대폰을 발견했다.
현장의 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오전 11시19분 신 전 사무관의 모교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그가 쓴 공개 유서가 올라왔다. 그는 “내 진정성이 의심받는 게 싫었다”며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썼다. 또 “내가 지적한 행정부 내부 문제에는 근거가 있는 거 같은데 (지금 반박받는 상황이) 납득이 안 된다”며 “메신저인 내가 너무 경박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고 폭로 방식에 대한 후회를 드러냈다.
자신을 비판하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담겼다. 그는 “행정부 서열 3위인 부총리가 대통령 보고를 원하는 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란 말이냐”며 “(기재부가 해명한) 국채를 발행해 회계연도를 넘는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것은 법상 불가능하다”고 썼다. 또 “이번 정부라면 최소한 내부고발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 할 줄 알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정말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경찰은 이날 낮 12시40분께 서울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 신 전 사무관을 발견했다. 당시 그는 극단적 행동을 시도한 상태였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발견 직후 신 전 사무관은 서울 보라매병원으로 이송된 뒤 오후 6시께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입원했다. 신 전 사무관에게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혀온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이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으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일각선 시민단체 ‘침묵’ 비판도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현 정부의 주요 구성원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 등 출신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공익제보라고 볼 수 있는지가 뚜렷하지 않아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변은 이날 온종일 항의에 시달렸다. 신 전 사무관이 유서를 통해 “민변의 모든 변호사가 민변인 걸 공개하고는 변호를 맡지 않겠다고 해서 새삼 실망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신 전 사무관의 대학 동문들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고 “민변에서 이번 사건을 거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신 전 사무관의 지인이 민변 소속 일부 변호사들과 연락해 조언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신 전 사무관이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민변 측에 사과했다.
이현진/조아란/장현주/김일규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