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엇이 국내 1위 게임기업가의 사업을 접게 했나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한경 1월3일자 A1, 20면). 국내 온라인 게임의 기틀을 다지며 한국 대표 게임 회사로 성장한 넥슨이 매각된다는 소식에 업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벌써부터 게임산업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어느 산업에서건 인수합병(M&A) 자체는 이상할 게 없지만 업계 1위 기업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성을 생각하면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넥슨의 매각가격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돼 국내에서는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점도 그렇다. 일각의 예상대로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하면 게임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중국 게임이 한국으로 역류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게임 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더욱 우려되는 건 창업자가 힘겹게 키워온 넥슨을 매각하기로 한 이유들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지난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2년여간 소위 ‘넥슨 주식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에 시달린 데다, 게임산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규제에 지쳐 사업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의사를 주변에 밝혀왔다”고 전하고 있다. 언제 범죄자로 내몰릴지 모르는 데다 새로운 게임 개발에 흥미도 가치도 느끼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는 기업할 마음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우리 사회는 무슨 폭력 사건이라도 발생하기만 하면 게임과 연관지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마다 게임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증폭된다. 이에 편승한 정치권은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 확대, 모바일게임 결제한도 제한, 게임의 사행산업 분류 등 규제를 강화할 궁리만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게임뿐만 아니라 어떤 산업도 성장하기 어렵다. 게임업체들의 잇따른 한국 탈출에 이어 국내 1위 업체가 매물로 나온 건 게임산업의 위기를 알리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제2·제3의 넥슨이 매물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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