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친서외교에 푹 빠진 트럼프…해리스 주한美대사 등이 전달"

"판문점서 북미 외교관들끼리 만나 전달…트럼프, 김정은 연애편지에 빠져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 정식 외교채널을 통해 전달된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WP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친서는 통상 비무장지대에서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들이 만나 전달한다고 미 관리가 밝혔다.

여기서 비무장지대는 판문점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서를 받은 사람 중에는 해리스 대사와 부대사가 포함돼 있다고 WP는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이 작년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보내온 친서 가운데 적어도 한 통에 대해 답장을 썼다고 백악관이 확인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어떤 답장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자로부터 온,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연애편지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며 "'리틀 로켓맨'(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붙인 별명)을 협박하기 위해 트위터를 썼던 트럼프 대통령이 그 이후 종이 편지라는 더 낡은 방식의 의사소통 수단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했다"고 보도했다.WP는 이어 "북한이 지난 11월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이후 북미간 직접대화가 냉각됐지만, 정상 간에 주고받는 친서는 여전히 따뜻하고 서로 예의를 갖추는 느낌을 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외교를 계속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WP는 전임 대통령들도 정식 외교 채널이 수립되지 않은 고립된 정권들과 소통하기 위해 친서를 활용한 바 있다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례를 들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6자 회담이 4년째 교착 상태에 있던 2007년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다.힐 전 차관보는 당시 편지 작성을 거부했던 부시 전 대통령을 설득해 6자 회담 당사국 정상 전원에게 거의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쓰도록 하고 그해 12월 평양을 공식 방문해 이를 전달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임기 첫해인 2009년 김 전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편지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위한 강력한 약속을 존중"하라고 촉구하고 미국은 (북한에) 적의가 없으며 새로운 출발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이 편지에도 답장을 쓰지 않았다.
WP는 그러나 전직 미 외교관들은 김 위원장의 편지들이 개인적 신뢰와 의미 있는 진전의 신호라는 시각에 냉소적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이 남한에 대한 핵우산 제거에 동의해줄 것을 재차 강조했다며 김 위원장이 좀 더 북한의 과거 전략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 역시 김 위원장의 친서가 가시적인 진전을 보여주는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며, (친서에)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한때 "최대의 압박"이라고 불렸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고립(전략)을 더 약화시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서외교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대릴 킴벌 미 군축협회 소장은 "지도자들 간의 좋은 관계는 틀림없이 협상가들이 어려운 회담에서 장애물을 극복할 방법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하지만 최종 순간에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결심과 행동"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