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 11일 소환통보 "혐의 광범위"

사진=연합뉴스
약 7개월 동안 이어져온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에 돌입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4일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게 11일 오전 9시30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요구대로 11일 출석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한 기간을 두고 통보했기 때문에 출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18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고발사건 10여 개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재배당하며 사법부 상대 수사를 본격 시작했다. 7개월 만에 사실상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출석을 통보함에 따라 수사가 정점을 찍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혐의는 광범위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판거래, 법관사찰 등 사법행정권 남용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원 지위확인 등 재판개입, 부산 스폰서 판사 등 법관 비위 의혹 무마, 사법행정 반대 판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조성 등 여러 의혹을 파헤쳤다. 검찰은 이와 같은 대부분의 사법농단 의혹에 양 전 대법원장이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사람에 걸쳐 있던 것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합쳐지는 모양"이라며 혐의가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공개 소환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에는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한 바 있다.검찰은 지난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각종 영장을 기각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편 제기된 의혹이 방대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이 두 차례 이상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분량 자체가 물리적으로 하루에 끝내기 어렵다. 가급적 심야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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