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등에…현대차그룹株 '가속 페달'

"수출 경쟁력 살아나"…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일제히 상승

지난달 美 판매량 3.3% 늘어
현대차 한 달 새 주가 11% 올라

"지배구조 개편 기대 여전
당분간 상승세 지속 가능성"
현대자동차 주가가 지난해 11월을 바닥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본 엔화가치 급등으로 현대차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지배구조 개선 기대도 여전하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차 판매 호조로 올해 수익성도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엔화가치 급등에 ‘화색’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3000원(2.58%) 오른 11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기아자동차(6.09%), 현대모비스(3.91%), 현대글로비스(3.76%) 등 다른 현대차그룹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주가 본격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다. 최근 한 달 동안 현대차 주가는 11.1% 올랐다. 지난해 11월22일 주당 9만2800원으로 최근 1년 기준 최저가를 찍은 뒤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주가 반등한 이유로 엔화가치 상승을 꼽는다. 엔·달러 환율은 한 달 만에 달러당 113엔대에서 108엔대로 4.4% 떨어졌다. 엔화 강세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호재로 여겨진다. 엔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출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은 3일(현지시간)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 시장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다고 발표했다. 기아차도 판매량이 10.2% 증가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현대차그룹주는 엔화가치 상승의 최대 수혜주”라며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엔·달러 환율 방향에 따라 일본 자동차 업체를 공매도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를 매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최근 한 달 동안 도요타 주가는 8.16%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혼다(-7.48%), 덴소(-6.24%) 등 일본 자동차 관련주도 대부분 하락했다.다양한 지배구조 시나리오 부상

지배구조 개선 기대도 여전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지만 엘리엇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반대로 개편안을 잠정 보류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에선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현대오토에버 상장 후 현대모비스와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 시점은 예상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뤄질 수순이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주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간 현대차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수익성 악화도 올해부턴 해소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제네시스 G90의 디자인과 사양이 부분적으로 변경되고 팰리세이드 등 신차가 출시된 데 이어 올해는 제네시스 G80 완전 변경,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 등이 예정돼 있다”며 “SUV 신차 출시 효과 등이 반영돼 해외지역 평균판매단가(ASP)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최만수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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