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총여학생회…서울 시내 대학서 '전멸'

작년 성균관대·동국대 이어 올해 연세대까지 총여 폐지
"총여 역사적 사명 다해…필요성 의구심" 분석
연세대가 학생 총투표를 진행한 끝에 총여학생회(총여)를 폐지하기로 했다.이로써 서울 시내 대학 중 총여가 남아있는 대학은 사실상 '0'곳이 됐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학생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 78.92%로 총여 폐지 안건이 가결됐다고 4일 밝혔다.

총학생회 산하에 있던 여학생부가 독립해 1988년 출범한 연세대 총여가 폐지되면서 서울 시내 대학 중 총여가 활동하는 대학은 1곳도 남지 않게 됐다.총여는 1980년대 중반부터 여학생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각 대학에서 출범했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총여가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서울대는 총여 회장에 출마하는 후보가 없어 1993년 폐지됐고, 고려대는 총학 산하에 여성위원회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총여를 폐지했다.건국대, 중앙대, 홍익대는 2013~2014년 총여를 폐지했고, 중앙대 서울캠퍼스는 2014년 독립적 기구였던 총여학생회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다.

숭실대는 2016년 전체 학생 대표자 회의에서 총여 폐지를 결정했다.

서울 시내 일부 대학에서 명맥을 이어온 총여는 지난해 거센 폐지 움직임에 부딪혔다.성균관대는 지난해 10월 학생 총투표를 진행한 끝에 83.04%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여가 폐지됐다.

성균관대는 폐지 이전에도 수년째 총여학생회장이 공석이었다.

동국대 지난해 11월 학생 총투표를 진행하고 총여 폐지 안을 가결했다.

찬성률은 75.94%였다.

광운대 역시 수년간 공석이던 총여를 지난해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총여 폐지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진 것은 대학 내 성차별이 과거보다 개선됐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동국대에서 진행된 총여 폐지에 대한 학생 토론회에서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총여의 가장 큰 문제로 비민주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총여가 남학생이 내는 총학생회비로 운영되면서도 의사 결정에는 남학생을 배제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여학생회가 이제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거 학내 남녀 차별이 명시적으로 존재했지만, 이제는 분명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총여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 내 여성 차별이 여전히 남아있고, 총여 폐지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라는 의견도 있다.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2015년 이후 페미니즘이 대중화됐지만, 이에 대한 백래시로 총여 폐지 움직임이 강해졌다"며 "여성들의 총여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남학생들이 위협을 느껴서 총여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