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LG는 기술력·삼성은 편의성…양판점 직원들이 말하는 '건조기'

용량별 건조기 경쟁 심화
점유율 LG 60%, 삼성 30% 수준
삼성전자, 소비자 편의성 강화
LG전자, 앞선 기술 건조성능 우수
삼성 건조기는 히터와 히트펌프가 결합돼 한겨울에도 빠른 건조가 가능하다. 최고 온도가 60도를 넘지 않는 '마법의 60도'를 유지해 옷감 손상을 최소화했다. LG 건조기와 차이는 집안 구조에 따라 도어 방향을 바꿀 수 있고, 모터와 컴프레서 보증기간이 12년으로 LG 건조기(10년) 보다 2년 길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선 생소했던 가전 제품.

건조기의 성장세가 가히 폭발적이다. 국내 의류건조기 판매량은 2016년만 해도 연간 10만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30만대를 넘겼다. 2년새 무려 1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시장 부흥을 이끈 기업은 국내 건조기 시장 1위 LG전자다. 2016년 7월 출시한 8kg 용량의 'LG 트롬 건조기'는 국내 시장의 60%를 선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제품은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재활용하는 히트펌프(Heat-Pump) 방식을 적용, 전기료를 줄이고 건조 성능을 높였다. 건조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제품 덕이다.

여기에 한발 늦은 삼성전자가 발을 담궜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저온건조와 제습 과정을 반복하는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건조기를 내놓으며 점유율 20%를 단숨에 가져갔다. 삼성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삼성 건조기는 대용량 제품군에서 빛을 발했는데, 지난해 출시한 14kg 건조기 '그랑데'는 5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건조기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제품으로 맞서고 있다. 두꺼운 겨울 이불이 들어가는 대용량부터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제품까지 각양각색이다. 용량은 9kg, 10kg, 12kg, 14kg, 16kg 등으로 다채롭고, 가격대도 5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다. 양사는 지난달 16kg 대용량 건조기를 나란히 출시했다. 같은 시기 같은 제품군이니 대놓고 자신감을 표출한 모양새다. 두 제품은 외관 디자인과 크기, 주요 기능은 큰 차이가 없다. 출고가도 LG전자(모델명 RH16VH)가 209만원~219만원, 삼성전자(모델명 DV16R8540K)는 219만원~229만원으로 비슷하다. 이에 <촌철살IT>은 롯데하이마트,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전자랜드, LG베스트샵,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가전 양판점 7곳을 방문해 판매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들이 소비자에게 강조하는 장점을 통해 차이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LG 건조기는 4세대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를 탑재해 건조 성능이 뛰어나다. 16kg 건조기는 건조팬과 건조통을 각각 조절하는 듀얼 모터를 적용해 빨래가 꼬이는 것을 방지한다. 삼성 건조기와 달리 대용량 물통을 기본 탑재(삼성 별도 구매)해 집안 어디든 설치할 수 있고, 콘덴서를 자동으로 세척해준다.
우선 기술력은 LG 트롬 건조기가 우위에 있었다. 양판점 직원들은 하나같이 트롬의 기술적 장점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들은 ▲앞선 기술이 접목된 '4세대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팬과 건조통을 각각 조절하는 '듀얼 모터' ▲1시 방향에서 바람을 집중 내보내는 '에어 부스터' ▲대용량 물통 기본 탑재 등을 트롬의 장점으로 꼽았다.

롯데하이마트 직원 A씨는 "LG 건조기는 삼성 건조기보다 먼저 시장에 나온만큼 기술력도 한 단계 위"라며 "이 제품은 히터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4세대 히트펌프 방식을 적용했고 모터가 2개 탑재돼 빨래 종류와 양에 따라 회전 속도와 바람 양이 조절된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다른 브랜드 제품보다 건조 시간이 더 빠르다고 그는 귀띔했다. 삼성 그랑데 건조기는 편의성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매직원들이 강조한 삼성전자 건조기의 기능은 ▲겨울에도 건조시간을 지켜주는 '예열 히팅 기능' ▲건조 성능을 높이기 위해 건조통 뒷판에 구멍을 뚫은 '360개 에어홀'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는 '마법의 60도' ▲집안 구조에 따라 편하게 선택 가능한 '양방향 도어'로 요약됐다.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직원 A씨는 "삼성 건조기는 실제로 편하다는 소비자 의견이 많다"며 "그랑데는 겨울에도 건조시간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 의류나 면티셔츠를 넣어도 옷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안심시킨다"고 설명했다. 보통 건조기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옷감 손상 문제인데, 삼성 제품은 드럼 내부 최고 온도가 60ºC를 넘지 않아 옷감이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삼성 건조기(왼쪽)와 LG 건조기(오른쪽) 건조통 내부 모습. 측면을 보면 삼성 건조기는 건조 성능을 높이기 위해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제작한 것과 달리 LG 건조기는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끄럽게 제작했다. 바람이 나오는 건조통 뒷편은 삼성 건조기는 360개 구멍에서 균일한 바람이 나오는 데 반해 LG는 빨래가 떨어지며 옷감 사이 간격이 넓어지는 1시 방향에서만 집중적으로 바람이 나온다.
LG 트롬은 건조성능과 편의성이 단점으로 언급됐다. 히트펌프를 활용한 저온제습에만 의존해 빨래가 덜 마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롯데하이마트 직원 A씨는 "건조온도는 건조성능과 관련있다. 너무 높으면 옷감을 손상시키고 너무 낮으면 빨래가 마르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실험 결과 60도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삼성 그랑데는 드럼 내부와 옷감 온도가 60도로 유지되는 반면 LG 트롬은 40도에서 60도를 오간다. 빨래가 덜 마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롬은 그랑데와 달리 도어가 한 쪽(왼쪽)으로만 열려 설치가 불편하다"며 "내부 건조통이 매끈매끈해 빨래가 들러붙는 현상도 종종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삼성 그랑데의 단점으로는 히터와 히트펌프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언급됐다. 또 신제품에 탑재된 예열 히팅 기능이 마케팅으로 포장됐다는 혹평도 나왔다. 전자랜드 직원 A씨는 "삼성 그랑데는 히터와 히트펌프가 결합했는데, LG 트롬으로 따지면 1.5세대 기술에 해당한다"며 "LG 트롬에는 4세대 기술이 탑재됐다. 건조 성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 평가절하했다. LG 트롬과 달리 실내 설치를 위해 추가 비용을 내고 배수통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양사 제품은 같은 용량으로 출시됐지만 확실한 차이점도 있다. 삼성 그랑데는 건조 성능을 높이기 위해 건조통 크기(14kg 대비)를 키우고 뒷판에 360개의 구멍을 뚫었다. 반면 LG 트롬은 건조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1시 방향에서 집중적으로 바람을 내보내도록 제작됐다. 1시 방향이 빨래가 떨어지며 옷감 사이 간격이 넓어지는 포인트라 판단한 결과다.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직원 A씨는 "삼성 그랑데처럼 건조통이 커지면 건조가 잘 되는 건 당연하다"며 "LG 트롬의 경우 건조통 크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 한쪽에서 바람을 내보낸다는데 성능이 향상될지 의문"이라 말했다. 반면 전자랜드 직원 A씨는 "건조통 크기를 키웠으니 건조 성능이 올라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크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건조 용량을 높이는 게 진짜 기술"이라며 "모터 1개로 드럼과 팬 모두를 작동하는 삼성 그랑데와 달리 LG 트롬은 모터를 추가해 각각 조절한다. 이런 게 바로 신기술이자 성능의 우위"라고 설명했다. 향후 건조기 시장에서 삼성과 LG의 치열한 경쟁 구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아직 건조기 시장은 높아지는 수요에 비해 보급율이 낮은 블루오션이다. 건조기 판매량이 수년 내 세탁기 판매량을 추월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제품은 발전하고 개선되기 마련이다. 고로 현재 지적되는 건조기의 단점들이 보완되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