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지공예 배우고, 꽃떡 만들고…서울의 문화를 선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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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서울 여행의 즐거움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체험관광을 이끄는 이들은 처음에는 취미로 즐기다 비즈니스로 발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취미가 일이 된다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체험관광의 선두에 선 이들이 만든 소중한 체험 상품은 새로운 관광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여행자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 외국인에게 서울의 체험관광을 제대로 알리고 있는 이들을 찾아갔다.
서울관광재단과 함께하는 숨겨진 서울이야기 (6)
체험관광 下
글=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게스트하우스에서의 디저트 체험, 아임그린
성북구 북정마을에 있는 아임그린은 앙금꽃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앙금꽃 케이크는 쌀로 떡을 쪄서 아래에 깔고 선인장, 녹차, 단호박, 파프리카 가루로 색을 입힌 팥 앙금으로 꽃을 만들어 장식한다. 체험자들은 본인이 만든 케이크를 나눠 먹고, 꽃차를 마시며 티타임을 갖는다.아임그린 게스트하우스와 디저트 체험공방을 운영하는 김기태, 최연우 부부는 대학교 때 유네스코 활동의 일환으로 인도로 봉사활동을 가게 되면서 처음 만났다. 봉사활동을 하며 추억을 쌓았고, 대학 졸업 후 부부가 됐다. 이후 평범한 회사원과 주부로 지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게스트하우스를 차렸다. 작지만 그곳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을 조성했다.꽃차에 관심이 많았던 남편과 설탕으로 공예 작품을 만드는 슈거크래프트 경력을 가진 아내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외국인을 위해 쌀과 팥으로 케이크를 만드는 체험과 꽃차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부부는 자기들만의 차(茶)를 위해 꽃차를 직접 덖고 차와 어울리는 디저트도 만들었다. 외국의 애프터눈 티파티 같은 후식 문화에 한국의 맛과 멋이 깃든 차문화를 접목했다. 질 좋은 차와 한국의 다과를 맛보는 ‘꽃차 파티’도 열었다.
전통차를 비롯해 30여 종류의 차가 준비된 꽃차 파티에서 전통 디저트와 함께 꽃차를 마시며 우리의 꽃 이야기도 들려준다. 여행에서 맺어진 부부가 마련한 공간답게 이곳에서는 각국의 여행자들이 문화를 교류하고 소통하며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
김 대표 부부는 두 달 전 창신동에 아담한 마당이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체험공방 2호점을 열었다. 김 대표는 “손님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이 우선이지만 한순간의 재미뿐 아니라 유용한 체험이 돼 이곳에서 체험한 것을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전통 한지를 이용한 핸드메이드스튜디오, 홍실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홍실은 한지와 면사를 섞어 다양한 장신구를 만드는 수공예 소품 스튜디오다. 전통 한지와 한국의 정서가 담긴 색을 통해 자기만의 특별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25년 넘게 니트 디자이너로 활동한 홍수경 작가는 행복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6년 경리단길 작은 골목에 수공예 디자인 스튜디오 홍실을 열었다. 홍 작가는 손재주가 남달랐던 어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손으로 만드는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았다. 취미로 즐긴 수공예를 한국 전통의 꽃과 색에 접목시켜 이야기를 담아 생활소품으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물세탁이 가능한 의류용 한지를 이용해 실용적이면서도 캐주얼한 감성으로 젊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다.
홍 작가의 니팅클래스에서는 니팅의 기초를 배우고, 한지로 인테리어 소품도 만든다. 해당화를 모티브로 한 해당화 노리개, 배시댕기, 키홀더, 벽장식 등 한지의 짜임으로 표현한 생활소품은 직접 착용할 수도 있고, 여행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경리단길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있는 스튜디오 덕분에 외국인을 자주 접한 것이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한국의 멋을 알리기 위해 여러 분야 작가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작품을 내놓았다. 홍 작가는 외국인들이 전통 한지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미얀마 특수 소재와 한지를 콜라보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수제 디저트와 전통보자기 포장체험, 한잎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한잎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수제건강허브청을 만들고 전통보자기 포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신선한 과일과 허브를 이용해 수제청, 잼, 과일허브 식초, 농축 주스를 만든다. 여기에 자연과 꽃을 소재로 한 떡을 빚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한 송지영 한잎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취미로 빵 굽기, 요리, 공예 등을 배웠다. 제자들에게 직접 구운 빵을 간식으로 나눠주기도 하면서 취미 생활을 즐기다 결혼과 출산 후 복직하지 않고 수제 디저트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지금 하지 않으면 못할 것 같아 시작한 일은 승승장구했다. 쌍화 원액 추출액에 과일을 블렌딩한 한잎효(孝)쌍화잼과 강낭콩 앙금, 쑥, 녹차가루, 단호박, 치자가루로 빚은 떡에 백합꽃을 장식한 백합 찹쌀떡은 발품을 팔아 공부하고 연구해 개발한 것이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덕분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식 디저트 만들기와 전통포장 체험을 하며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고 있다. 수제 디저트나 수공예 체험뿐 아니라 국내외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창업 컨설팅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강생 500여 명을 배출하고, 그중 70% 이상이 창업했다.
송 대표는 커다란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던 교사 시절도 행복했지만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수익까지 올리는 일에서 삶의 가치를 느낀다고 했다. 취미가 비즈니스로 이어진 것이다.
성공 비법을 묻자 돈을 벌겠다는 생각 없이 번 돈을 재투자하고 질 높은 강의를 하며 남은 시간은 연구개발하는 데 쏟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 대표는 “취미와 창업은 전혀 다른 것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문화를 전달하려면 즐기는 것을 넘어 자신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며 “치열하게 배우고 배운 만큼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여행 정보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원모어트립(one more trip)’은 웹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외국인 개별관광객에게 서울의 다양한 체험관광 상품 및 영상 콘텐츠를 한곳에서 쉽게 찾아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시 공식 체험관광 콘텐츠 포털사이트’다. 지속 가능한 서울 관광생태계 조성을 위해 각 지역의 숨겨진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문적인 상품화 과정을 거쳐 신규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출시하는 한편 국내외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