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개 벙커 만든 엘스의 마음 헤아리고 18홀 코스 내내 無벙커 색다른 경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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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골프 영웅이자, 2019년 12월 호주에서 열리는 프레지던트컵에서 미국팀 캡틴 타이거 우즈에게 맞서 세계연합팀 캡틴을 맡게 된 어니 엘스는 말레이시아를 매우 사랑하는 듯하다. 말레이시아에는 엘스의 이름을 건 더 엘스 클럽(The ELS Club) 코스가 세 곳이나 있다. 말레이시아 남부 지역인 조호바루와 북부 지역인 랑카위 코스가 바로 그곳. 조호바루 엘스클럽(오션코스, 밸리코스)은 2016년에 개장한 신생 명문 코스다. 랑카위 엘스클럽은 ‘2013년 월드 골프 어워드’에서 ‘월드 베스트 뉴 골프 코스’에 선정됐으며, 2년마다 세계 100대 코스를 선정해 발표하는 골프 다이제스트에서 2016~2017 세계 100대 코스 83위에 오르기도 했다. 겨울 골프를 계획하고 있다면 엘스가 사랑하는 말레이시아의 최북단과 최남단 엘스클럽 삼색 코스에서 플레이를 해보면 어떨까?
말레이시아 엘스 클럽
조호바루 랑카위
어니 엘스와 비제이 싱이 설계한 밸리코스조호바루는 말레이시아의 최남단 도시이자 쿠알라룸푸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싱가포르와는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싱가포르에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연계 관광도 활성화된 곳이다. 데사루 리조트 단지는 아시아 유일의 레고랜드를 비롯해 기존 호텔 외에도 웨스틴호텔, 하드록호텔, 아만리조트 등 유명 호텔 체인과 리조트의 마무리 공사 작업이 한창이다. 하드록호텔 바로 옆에는 대형 워터파크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엘스클럽은 리조트 단지의 중심부에 18홀의 밸리코스와 27홀의 오션코스, 9홀의 파3 코스를 갖춘 대규모 골프장이다. 부대시설로 엘스 퍼포먼스 골프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밸리코스는 엘스와 그의 친구이자 메이저 챔피언인 비제이 싱이 세계 최초로 함께 설계한 코스다. 던컨 캐머런 엘스클럽 마케팅 이사가 밸리코스(파7·181야드)에 대해 “싱은 골프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농담했을 정도로 대단히 어려운 홀이다. 밸리코스에는 워터해저드는 물론이고 18홀에 무려 187개나 되는 벙커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5번홀(파5, 554야드)에는 벙커 19개가 골퍼의 볼을 기다리고 있다. 밸리코스의 그린은 전체적으로 좁고 길쭉하며 골퍼가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가로로 긴 형태의 그린도 여러 개 있다.밸리코스의 시그니처 홀인 18번홀은 블랙티 기준으로 506야드나 되며 17개 벙커로 이뤄진 파4 홀이다.
넓은 페어웨이와 편안한 휴양지형 오션코스
오션코스는 바다가 보이는 ‘코스트’, 넓은 호수에 자리한 ‘레이크’ 그리고 ‘릿지’ 등 9홀짜리 3개 코스 27홀로 이뤄져 있다. 넓은 페어웨이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짧지 않은 코스와 군데군데 자리한 벙커, 정글은 스코어 관리에 다소 부담이 된다.바다와 접한 코스트 코스의 파5 2번홀은 티박스를 벗어나자마자 페어웨이 왼쪽에 넓고 긴 벙커가 그린까지 이어져 있다. 그린에 올라서면 파도소리와 함께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샷이 그린을 넘으면 바다 모래를 만날 수도 있다. 바로 이어져 있는 파3 3번홀은 코스 전체가 해변가에 있는 코스트 코스의 시그니처 홀이다.
레이크 코스는 이름처럼 1번홀과 9번홀을 제외하고는 모든 홀이 하나의 호수에 맞닿아 있다. 코스가 십자가 형태로 디자인돼 코스 가운데 큰 호수를 두고 모든 코스가 레이크사이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레이크 코스에는 왼쪽에 해저드가 있다면 릿지 코스에는 항상 오른쪽에 해저드가 자리 잡고 있다,
엘스클럽은 세 군데 코스 모두 최신식 2인승 카트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승차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카트에 장착된 GPS 단말기는 코스 레이아웃, 거리 측정, 푸드 버기 호출 등 라운딩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조해준다. 그린 50m 근처에서는 카트가 자동으로 멈추고 후진 외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몇 홀 지나면 이내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 엘스클럽은 블랙, 실버, 코퍼, 제이드의 네 가지 티박스가 있는데 실버는 우리의 블루, 코퍼는 화이트, 제이드는 레이디 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페어웨이와 동일한 천연 잔디에 있는 레인지는 피라미드 형태로 각을 잡아 쌓아놓은 볼과 더불어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한다.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중식은 깔끔하면서도 정갈한 호텔 수준의 음식을 내놓는다. 라커에는 엘스클럽 메탈 네임태그에 골퍼의 이름을 새겨 선물로 준다.바다와 마주하는 ‘랑카위 엘스클럽’
말레이시아 북부 케다주의 랑카위 섬에 있는 엘스클럽 테룩 다타이 골프 코스는 1992년 다타이 골프 클럽으로 운영하다 2012년에 코스를 완전히 폐쇄하고 엘스가 새롭게 조성한 코스다. 랑카위 엘스클럽은 홀마다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산과 바다 그리고 골프 코스가 한데 어우러진 각 홀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골퍼를 맞이한다. 파3 5번홀부터 시작된 바다와의 조우는 6번홀 티박스에 이어 7번홀 그린 그리고 8번홀 티박스까지 연이어 바다를 보면서 샷을 할 수 있다. 정글에 있는 아웃코스가 17번홀에서 다시 바다를 보여주는 것처럼 밀림과 바다는 하나의 코스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코스와 어울리게 설계된 수로와 더불어 곳곳에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오래된 거목들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랑카위 엘스클럽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18홀 코스 내에 벙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김하민 여행작가 ufo2044@gmail.com여행메모
조호바루 엘스클럽과 랑카위 엘스클럽을 이용하려면 현지 직영사인 투어프로에 연락하면 된다. 랑카위 엘스클럽에서는 골퍼들의 음식물을 노리는 영특한 원숭이와 울창한 정글에 사는 독수리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코스는 나지막하게 자리한 클럽하우스와 조화를 이루며 또 다른 품격을 느끼게 한다. 랑카위 섬에는 세계 유수의 호텔들과 풀빌라를 비롯한 리조트가 골퍼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섬 전체가 면세 구역이라 술을 비롯한 모든 제품을 면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