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직판망 구축…세계로 가는 고속도로 만들겠다"

"이번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선언할 것은 직접판매 체계의 구축입니다. 지난해 해외에 머물면서 확신을 가졌고, 올해 세계 직판망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사업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표할 내용을 국내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부터 직판망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며 "램시마SC는 세계에 직접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올 하반기 램시마SC의 유럽 판매허가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제품도 해외 유통사들과의 재계약을 통해 직접판매로의 전환을 시도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1월부터 해외 유통사들과 재계약 협상을 시작하는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조건이 나오지 않는다면 직접판매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해외 유통사들의 재고 물량을 4~5개월로 줄였다"고 했다. 해외 직판 자격을 얻는 데 4~5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판단에서다.

직접판매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램시마의 유통 수수료는 평균적으로 40% 수준인데, 직접 팔면 이를 15~2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우리의 직판망은 1400조 시장이 한국에 가까워지는 고속도로를 까는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세계 직판망을 통해 다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제품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1400조원으로 추정되는 해외 시장에 대한 한국 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일 기반이 될 것으로도 봤다.

셀트리온 제품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재 미국과 유럽 8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브라질 등 20여개국에 현지 지사를 설치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서도 현지 지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세계 전역에 대한 직접 유통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은 최초다.

늘어나는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장 계획도 밝혔다. 당초 해외로 설립키로 한 36만L 바이오의약품 생산 3공장을 국내 12만L, 해외 24만L 규모로 짓기로 했다. 국내는 고가 제품을 위주로 생산하고, 해외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해진 제품의 생산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