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에 회사 팔았던 까닭?…"큰물에서 노는 법 배웠어요"

2019 위기를 기회로 - 창업 기업인의 꿈과 도전
방 의장-CJ의 '윈윈 거래'

CJ인터넷 전략담당 사장 맡아
매주 글로벌 전략회의 참여하며 대기업 경영 노하우 집중 공부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두 번에 걸쳐 오너 지위를 잃었다. 모두 자발적인 것이었다. 2002년 플레너스에 경영권을 넘겼다가 되찾은 지 2년 뒤인 2004년, CJ그룹으로부터 인수 제의가 왔다. 당시 넷마블은 현금자산 1000억원, 분기 영업이익 100억원 이상의 우량 기업이었다. “고심 끝에 CJ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경영권을 잃더라도 회사를 큰물에서 놀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CJ는 넷마블을 인수하면서 방 의장에게 CJ인터넷 전략담당 사장을 맡겼다. 이 요청도 흔쾌히 수락했다. 새로운 경영 수업을 받을 기회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의 매주 그룹 내 글로벌 전략회의, 미래 전략회의 등에 참여하면서 이재현 회장님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어요. 벤처업계에선 경험할 수 없던 경영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방 의장은 그렇게 2년 정도 CJ에 몸담고 있다가 2006년 5월 건강 악화로 자유인으로 돌아갔다.CJ로부터 다시 연락이 온 것은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5월이었다. CJ E&M 게임부문(넷마블) 상임고문으로 복귀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당시 넷마블은 매출과 이익이 모두 뒷걸음질 치면서 인력들이 빠져나가는 등 큰 위기를 겪고 있었다. 주변에선 복귀를 반대했다. 회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딱 하루 정도 고민하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만들고 키운 회사가 쓰러지는 모습을 구경만 할 수 없었죠.”

복귀하고 보니 회사는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당시 넷마블이 만든 게임 11개는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8개는 출시 전에 개발이 중단됐다. 회사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던 총쏘기 게임 ‘서든어택’ 판권은 다른 회사로 넘어가 있었다. 방 의장이 발굴해 국내 1위 인기 게임(PC방 기준)으로 만든 게임이다. 또 다른 주요 수익원인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 게임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떨어지고 있었다. “차라리 다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이었어요.”

방 의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넷마블의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부터 찾았다. 그 분석 결과를 직원들 앞에서 발표했다. 그가 지목한 문제는 조직 문화와 사업 전략이었다. 구체적으로 관료주의와 패배주의, 구태의연한 게임 개발방식 등이었다. 그는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중간 관리자와 개발 책임자들을 수시로 만나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나갔다. 사업 전략도 대폭 손질했다. 우선 모바일 게임에 올인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 게임 시장인 PC 플랫폼을 포기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방 의장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게임 이용자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예상은 적중했다. 2012년 ‘다함께 차차차’를 시작으로 ‘몬스터 길들이기’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이 큰 성공을 거뒀다. ‘모두의마블’은 국내 최단기간 10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2014년 6월에는 넷마블의 모바일게임이 누적 다운로드 1억 건을 넘어섰다.

넷마블은 2014년 다시 CJ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중국 게임업체인 텐센트의 대규모 지분 투자(5330억원)까지 받았다. 방 의장이 복귀할 때 내건 “2년 내 위기를 벗어나면 독립하겠다”는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2011년과 2012년 매출 2000억원대에 소폭의 흑자와 적자를 전전하던 넷마블 실적은 2013년 매출 4968억원, 영업이익 667억원을 기록했다. 2년 뒤엔 1조729억원의 기록적인 매출 실적을 올리며 부활의 완성을 알렸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