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옥바라지까지 해주는 '심부름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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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파고드는 대행 앱서울 행당동에 사는 직장인 하현식 씨(26)는 요즘 퇴근 후에는 거의 외출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외출할 필요가 없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음식 배달 등 사소한 일거리는 모두 스마트폰 ‘심부름 대행 앱(응용프로그램)’에 의뢰하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씨는 “가끔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포장마차는 배달이 안 되고 추운 날 외출하기도 귀찮아 심부름 앱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간단한 장보기·배달은 기본
PPT제작·사진 편집도 해줘
성폭행 등 범죄 창구 우려도
배달, 수리, 청소 등 다양한 일을 해주는 심부름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6일 스마트폰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심부름 대행’을 검색한 결과 띵O, 애OO, 김OO 등 10여 개 앱이 나왔다. 간단한 청소나 장보기 서비스 등으로 시작한 심부름 앱은 최근엔 유명 콘서트 예매 줄서기, 발표용 파워포인트(PPT) 제작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서울 문래동에 사는 대학생 김모씨(22)는 “발표용 PPT 제작이나 사진 편집은 앱을 통해 돈만 내면 직접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심지어 재소자 옥바라지도 해준다.헬퍼나 기사로 불리는 심부름 앱 직원들은 쉽게 ‘투 잡’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 심부름 앱에서 기사로 활동하는 최모씨(37)는 “예전엔 퇴근 후 대리운전을 투 잡으로 삼았지만 이동 반경이 넓어 귀가하기가 어려웠다”며 “집 주변에서 발생하는 심부름만 선택할 수 있어 대리운전보다 훨씬 편하다”고 했다.
강력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성폭행 전력이 있는 한 남성이 심부름 앱 기사로 등록해 심부름을 주문한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줘야 앱을 통한 플랫폼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정부가 업체에 안전필증 등을 주는 방식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