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무상교복·청년수당·아동수당…브레이크 없이 몸집 불리는 '현금 살포 복지'

도전 2019 - 이것만은 꼭 바꾸자
10. 지자체 퍼주기 복지경쟁 스톱!

"중·고교 교복 자율화 분위기인데…지자체마다 너도나도 '30만원 지원'
재정건전성 최하위 전남 목포도 내달부터 중학교 신입생에 교복 지급

집안 형편 상관없이 수학여행비도 지원
전국 무상급식 예산 올들어 4조 돌파

무상복지 예산규모 급속도로 팽창
지자체 재정 자립도 갈수록 악화"
“큰 애가 입던 교복을 작은 애한테 물려줘도 작은 애가 교복지원금 30만원을 받을 수 있나요?”

지난 1일 경남 창원 학부모들이 자주 모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창원시가 올해부터 중·고교 신입생에게 무상복지 차원에서 교복비로 1인당 현금 3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현금을 챙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무상교복 열풍은 전국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남유럽과 중남미에서 인기를 끌었던 ‘현금(살포) 복지’가 한국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아이들 입는 것도 책임지겠다”

경남 지역 기초단체들은 무상교복 경쟁이 불붙은 모양새다. 창원시 인근 함안군 고성군 남해군 등도 올해부터 지역 중·고교 신입생에게 30만원 안팎의 교복비를 현금으로 주기로 했다. 경기 수원시도 올해부터 중·고교 신입생 전원에게 교복비로 30만원을 현금으로 지원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6년 성남시장 시절 보건복지부와의 마찰을 무릅쓰고 불을 붙인 무상교복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후보가 “아이들이 입는 것도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141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중·고교 신입생 총 5만3000명에게 교복을 현물로 지원한다. 부산시는 중학생에게, 대전시와 세종시 등은 고등학생까지 1인당 30여만원 상당의 교복을 현물로 지급한다. 재정건전성이 최하위인 전남 목포시도 다음달부터 중학교 신입생에게 1인당 30만원 상당의 교복을 지급할 예정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복자율화 논의가 나오는 마당에 세금을 들여 획일적인 교복을 사주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수학여행비도 30만원씩

학생들의 집안 형편과 상관없이 수학여행비 명목의 현금을 쥐여주는 복지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 김포시는 올해부터 매년 중·고교 학생 1인당 30만원의 수학여행비를 지원한다. 부산시도 올해 고교 2학년에게 수학여행비로 1인당 32만4000원을 지원한다. 내년엔 중학생, 2021년에는 초등학생까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각종 수당도 확대 일변도다. 강원도는 올해부터 아기를 낳는 도민에게 1인당 육아기본수당으로 4년간 총 1900여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성남시는 국비 아동수당 10만원에 시비 2만원을 얹어 올해부터 12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2만원 추가분 사업비는 110억원에 달한다. 이병태 교수는 “과거에는 지방정부가 폭주하지 못하도록 중앙정부에서 통제했지만, 지금은 중앙·지방정부가 나란히 무상복지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무상복지를 확대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규모는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지방산업 및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재정자립도는 매년 악화하고 있지만,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정부와 발맞춰 복지예산만 늘리는 악순환이 고착화됐다.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단체 재정자립도는 여전히 20~30% 선에 그친다.

서울시의 복지예산은 올해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 11조원에 달했다. 이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는 복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무상복지를 남발하는 것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상급식은 이미 대세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내려놓는 사태로 번지면서 한국 사회에 무상복지 논쟁을 불러일으킨 무상급식은 이미 대세가 됐다. 올해 무상급식 범위를 확대하는 자치단체가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예산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올해 무상급식에 투입하는 예산은 총 5687억원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던 서울시 무상급식 예산은 172억원이었다. 이듬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서울 공립초등생 모두 무상급식을 시행하면서 예산은 1162억원으로 6.7배로 급증했다. 이후 줄곧 대상이 확대되며 예산 규모는 8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부터는 고3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면서 942억원의 예산이 추가됐다.

경기도는 올해 2학기부터 도 내 전체 고교에 무상급식을 하기로 하고 1600억원가량의 사업비를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경기교육청과 각 시·군 예산까지 합치면 지난해 무상급식에 들어간 예산은 8608억원에 달한다.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급식은 교육 과정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부분에 불과한데 급식 지원만 확대하는 사이 교육 환경, 프로그램 개선 등 교육의 본질에 대한 투자는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