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클래식 요소 결합…뮤지컬 혁신과 변화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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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문화마당 - 새 바람 이끌 3인의 당찬 도전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은 오랜 시간 외면당했다. 관객들에게 ‘재미없다’ ‘볼거리가 없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흥행이 보장된 해외 작품에만 객석이 꽉 찼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 창작 뮤지컬도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관객도 찾기 시작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창작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재생불량소년' 허연정 연출
꿈꾸는 청년의 좌절과 성장…색다른 공간 배치로 풀어내
'뱀파이어…' 김드리 작곡가
클래식 전공 살려 뮤지컬 도전…극에 최적화된 작곡에 초점
'아랑가' 쓴 김가람 작가
뮤지컬에 창극 접목한 작품…역사와 판타지 쉽게 풀었죠
뮤지컬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신인 창작자들은 그래서 주목된다.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의 허연정 연출, ‘뱀파이어 아더’의 김드리 작곡가, ‘아랑가’의 김가람 작가가 대표적이다. 한창 공연 준비에 바쁜 세 명을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만났다. 이들은 “과거에 비해 신인들이 활동할 기회가 많아졌다”며 “새해에 창작뮤지컬이 더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창극 요소 더하고 클래식 작곡도
이들은 신인다운 독특한 시도로 호평받고 있다. 김 작가가 다음달 1일부터 4월7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선보이는 ‘아랑가’는 뮤지컬에 창극을 결합한 작품이다. 김 작가는 “역사와 판타지를 섞은 작품”이라며 “전통극의 현대화를 고민하다 ‘뮤지컬과 창극을 합쳐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작곡가는 다른 작곡가와 달리 클래식을 기반으로 뮤지컬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를 만든다. 지난해 올린 ‘붉은 정원’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30일 막을 올려 다음달 10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뱀파이어 아더’의 곡도 클래식을 바탕으로 했다. 김 작곡가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는데 뮤지컬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붉은 정원은 고전적으로, 뱀파이어 아더는 기묘한 분위기를 내는 식으로 작품마다 차별화된 넘버를 선보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허 연출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재생불량소년’을 색다른 구성으로 풀어냈다. 죽음을 앞두고도 복싱을 하고 싶어 하는 청년의 좌절과 성장 이야기를 병실과 링을 오가며 그려낸다.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신인 창작자에게 기회가 많아진 것은 창작 뮤지컬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에는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다 보니 신인 창작자들에겐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원 사업으로는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아랑가’ ‘붉은정원’은 스테이지업, ‘재생불량소년’은 창작산실의 지원을 받아 탄생했다.
남성 위주이던 뮤지컬 제작 환경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뮤지컬 신인 창작자 대부분은 이들처럼 여성이다. 허 연출은 “요즘 뮤지컬 연출을 전공하는 학생 10명 중 7~8명이 여성”이라며 “여성 진출의 장벽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진출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경력 없어도 더 많은 기회를”신인 창작자들이 데뷔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지원 공모를 진행하면 공모당 보통 100여 편이 몰린다. 이 가운데 선정작은 서너 작품에 불과하다.
허 연출은 “지원사업에 공모할 때 작품 경력을 써야 하는데 경력이 없거나 적으면 불리한 것 같다”며 “경력이 없어 신인일 뿐인 많은 창작자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작가는 “공모에 간신히 붙더라도 대본 리딩 공연까지만 하고 본 공연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전히 많은 작품이 사장되고 있는데 이런 점이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