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의 반란]진라면, 辛라면 턱밑까지 끓었다…점유율 격차 10년새 '20%P→3%P'


"사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게 진라면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니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 1등 하지 않겠습니까?"
13년 전인 2006년 배우 차승원이 찍은 TV 광고의 한 장면이다. 라면 시장 부동의 1위 신라면을 꺾고 언젠가는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예언. 현실에 가까워질 줄 누가 알았을까. 당시 진라면은 오뚜기에서 1988년에 출시한 오랜 전통을 가진 간판 라면이었다. 하지만 당시 진라면은 안성탕면, 삼양라면, 너구리라면에 한참 밀리고 있었다. 신라면을 이기겠다는 당돌한 도전을 보고 비아냥 거리는 이들도 있었다.하지만 최근 진라면의 입지가 달라졌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출시 30년이 되던 지난해 상반기 진라면은 봉지라면 시장 점유율 13.9%를 기록하며 신라면(16.9%)과 격차를 3%포인트 차이로 좁혔다. 10년 전인 2008년 20%가 넘었던 격차가 7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진라면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작년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진라면의 선호도는 2013년 5위에서 지난해 2위로 훌쩍 뛰었다. 진라면이 좋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013년 4%에서 2018년 14%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신라면은 39%에서 29%로 감소했다. 신라면의 인기가 조금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진라면이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전체 라면 선호도 상위 5개 브랜드는 동일했지만 유일하게 진라면이 순위가 확연히 올라간 것이 두드러졌다. 진라면은 지난해 6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50억개를 돌파했다. 전 국민을 5000만명으로 봤을 때 국민 1인당 100개씩 소비한 셈이다.

진라면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비결은 뭘까. 진라면은 개발 당시 깊고 진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출시됐다.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기였다. 하지만 신라면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맛은 덜 매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뚜기는 진라면의 맛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했다. 2005년 이후 3차례 리뉴얼을 진행했는데,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기존에 없던 쇠고기맛 플레이크, 당근, 대파, 버섯 등 건더기 양을 늘렸다. 매운맛도 강화했다. 오뚜기 연구원과 회사 관계자들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운맛을 내기 위해 연구한 결과 하늘초 고추를 활용해 지금의 진라면 맛을 만들어냈다. 밀단백을 사용해 식감도 개선했다. 그 결과 진라면은 2012년부터 꾸준히 라면 판매량 2위를 지켜오고 있다. 리뉴얼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마케팅 효과도 일조했다. 오뚜기는 2013년 10억원을 투입해 메이저리그 스타 류현진을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류현진 선수의 먹방(먹는 방송)이 방송을 타면서 진라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2014년 롯데마트가 전국 113개 점포의 점포의 라면 매출을 집계한 결과 진라면 매운맛과 순한맛 제품이 전년 대비 각각 36.6%, 24.7% 증가했다. '류현진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다.

여기에 '갓뚜기(God과 오뚜기를 합친 신조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호평받고 있는 기업 이미지도 한 몫했다.

2016년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1500억원대 상속세를 편법 없이 5년 분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뚜기는 '갓뚜기' 별칭을 얻었다.또 앞서 함 명예회장이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과 함께 심장병 어린이를 후원하는 등 수많은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비용을 몰래 지불한 미담이 알려졌다.

이어 정규직 비율 99% 달성해 고용 모범기업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청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뚜기' 신드롬이 불었다.

무엇보다 가성비 높은 가격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오뚜기는 진라면 가격을 2008년부터 현재까지 11년째 동결하고 있다. 오뚜기의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와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입소문을 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진라면을 사먹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차승원의 예언이 현실화되는 시기는 언제가 될까? 2등의 반란이 무섭다.오뚜기 관계자는 "소비자들께서 '갓뚜기' 등 좋은 이미지로 기억해주심에 감사드린다"며 "이럴 때일수록 더 겸손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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