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신호'…삼성전자, 미래먹거리 찾아라

지난해 매출 243조원, 영업익 58.89조원
글로벌 2위 실적에도 걱정하는 목소리 높아
로봇·인공지능 등 '포스트 반도체' 선점해야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경기 둔화로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1분기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9조90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뒤 매분기 영업이익 14조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7분기 만에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실적 신기록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43조51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거뒀다고 8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64%, 영업이익은 9.77% 증가했다. 연간으로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2017년 영업이익 5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58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영업이익 60조원 시대를 바라보게 됐다. 글로벌 업체 가운데 연간 영업이익 60조원을 기록하는 곳은 애플(약 65조원)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명실상부 글로벌 2위 IT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하면서 부진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58% 전분기 대비 9.8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8.71%, 전분기 대비 38.53% 줄었다. 반도체 경기 둔화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 이상은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메모리 시장의 업황이 삼성전자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4분기부터 동반 하락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서버 업체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재고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당장 올 1분기 전망도 어둡다. 메모리 시장 상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상반기까지 현재와 같은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실적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사업이 하락세에 접어든 데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과 투자도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곳간을 걸어 잠그고 비상경영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공장 증설 속도를 조절하고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대신할 미래먹거리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IoT(사물인터넷), 로봇 등 4차 산업을 선점해 '포스트 반도체'를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8일 개막한 CES 2019에서 다양한 미래 산업을 선보였다. 지능화된 초연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재사인 '애플'과 협력하고 차세대 인공지능 프로젝트 '삼성봇'을 공개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IoT ·5G· 인공지능 전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며 "기존에 없던 혁신과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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