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진 저소득 노인, 기초연금 탈락 속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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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급등 '후폭풍'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정부의 각종 복지 수혜 대상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커진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시가 20% 오르면 5.7만명
30% 인상 땐 9.5만명 '눈물'
이은권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기초연금 수급자 탈락 예측 통계’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20% 오르면 총 5만6838명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탈락자는 9만5161명으로 늘어난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중 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금액이 일정 수준(올해 단독가구 기준 월 137만원) 이하면 월 25만원씩 지급하는 제도다.
공시가격 30% 인상 시 지역별 탈락자는 경기(2만1137명), 서울(1만9430명), 경북(7190명), 경남(7121명) 순으로 많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정부가 집값을 잡는 데 매몰돼 취약계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 수급자에서 탈락하면 정부의 기초연금 인상 혜택도 물론 못 받게 된다. 기초연금 대상자 중 소득 하위 20%에 대해선 올해 4월부터 지원액이 월 최대 30만원으로 인상되고, 2년 뒤인 2021년부터 전체 대상자 지원액이 월 30만원으로 오른다.보건복지부는 그러나 공시가격 30% 인상에 따라 9만5161명이 탈락하더라도 소득 하위 70% 기준에 의해 다른 9만5161명이 새로 수급 대상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어쨌든 재산이 늘었으니 탈락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득 없이 집만 보유한 노인은 탈락하고, 소득은 있지만 집이 없는 노인은 수혜를 받는 사례가 상당수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공시가격은 기초생활수급, ‘취업 후 학자금’ 장기 상환, 근로장려금(EITC) 신청 자격 대상자 판단 기준 등으로도 활용된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변화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재산 기준 완화 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