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서울대 포기하고 미네르바스쿨 간다…'스카이캐슬' 들어가도 받아적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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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 사회학과 등 명문대 6곳에 동시 합격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된 학생이 서울대 진학을 포기하고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에 진학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대신 의대를 진학하는 등의 트렌드는 어느정도 보편화됐으나 그 외의 사례는 여전히 드물다. 보증된 명문대 대신 일종의 대안교육기관을 택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아서다. 물론 절대적 수치는 적으나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버드·프린스턴·예일대 같은 '아이비리그' 명문 대신 미네르바스쿨에 입학한 사례도 있고, 국내에서도 명문대 합격을 포기하고 미네르바스쿨에 진학한 사례가 종종 소개되며 눈길을 모았다.미네르바스쿨은 국내에선 아직 낯선 존재다. 2014년 처음 신입생을 받은 신생 학교다. 심지어 캠퍼스도 없다.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지만 학생들은 학기마다 미국 독일 영국 대만 등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교육 받는다. 대부분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미네르바스쿨의 온라인 수업은 단순한 인터넷강의 동영상 시청과는 전혀 다르다. 교수·학생간 실시간 교류가 가능한 영상통화 형태로 진행된다. 자체 개발한 전용 영상통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료를 보면서 다자간 실시간 토론 및 과제 채점도 가능하다.
수업에서 발언을 많이 한 학생과 적게 한 학생을 소프트웨어가 자동 구분하는 기능도 있다.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을 미리 파악해 이끌어낼 수 있다. 모든 시험과 과제는 오픈북 형태로 이뤄진다. 이미 현실 세상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검색이 일상화됐는데 굳이 암기형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미네르바스쿨은 입학전형에서 기존 대학들이 평가기준으로 활용하던 SAT(미국 대입시험) 등 정량 평가자료를 일체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정답이 없는 자체시험들을 통과해야 입학자격을 부여한다. 그뒤 자신에 대한 간단한 에세이를 쓰면 된다. 미네르바스쿨의 합격률은 2017년 기준 2%로 하버드대학교(5.8%)보다 낮다.
태생부터 창의적·혁신적 인재양성을 목표로 잡았다. 미네르바스쿨은 미국 벤처사업가 벤 넬슨의 제안으로 설립됐다. 그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벤치마크’가 2500만달러(약 280억원)을 투자했고 스티븐 코슬린 전 하버드대 사회과학대학장, 비키 챈들러 전 오바마 대통령 과학정책자문위원 등이 학교 설립에 참여했다.
미네르바스쿨은 올해 첫 졸업생을 낸다. 재학생 상당수가 이미 구글 아마존 애플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글로벌 기업의 인턴십을 수행하며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우리나라도 ‘한국의 미네르바스쿨’을 내세우며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는 듯하다.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지난 2007년 방한해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허비한다”고 지적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크게 변한 것은 없다.
JTBC에서 방영되는 인기드라마 ‘스카이캐슬(SKY캐슬)’이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것처럼 여전히 고등학생들은 명문대 진학에 목을 매고, 그렇게 대학생이 되면 많게는 100명 넘게 들어찬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며 필기하는 데 급급하다. A+학점을 받는 서울대생들의 비법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교수님 설명을 받아적는 것”이라는 대목은 특히 걱정된다.
그러는 사이 정말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쓸모 없어지는 시대가 와 버렸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교육에만 적게는 몇 달에서 많게는 3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라도 정말 혁신의 시대에 맞춘 교육이 돼야 한다. 그 시기가 늦어질수록 미네르바스쿨을 택하는 인재들은 계속 늘어가지 않을까.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서울대 대신 의대를 진학하는 등의 트렌드는 어느정도 보편화됐으나 그 외의 사례는 여전히 드물다. 보증된 명문대 대신 일종의 대안교육기관을 택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아서다. 물론 절대적 수치는 적으나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버드·프린스턴·예일대 같은 '아이비리그' 명문 대신 미네르바스쿨에 입학한 사례도 있고, 국내에서도 명문대 합격을 포기하고 미네르바스쿨에 진학한 사례가 종종 소개되며 눈길을 모았다.미네르바스쿨은 국내에선 아직 낯선 존재다. 2014년 처음 신입생을 받은 신생 학교다. 심지어 캠퍼스도 없다.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지만 학생들은 학기마다 미국 독일 영국 대만 등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교육 받는다. 대부분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미네르바스쿨의 온라인 수업은 단순한 인터넷강의 동영상 시청과는 전혀 다르다. 교수·학생간 실시간 교류가 가능한 영상통화 형태로 진행된다. 자체 개발한 전용 영상통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료를 보면서 다자간 실시간 토론 및 과제 채점도 가능하다.
수업에서 발언을 많이 한 학생과 적게 한 학생을 소프트웨어가 자동 구분하는 기능도 있다.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들을 미리 파악해 이끌어낼 수 있다. 모든 시험과 과제는 오픈북 형태로 이뤄진다. 이미 현실 세상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검색이 일상화됐는데 굳이 암기형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미네르바스쿨은 입학전형에서 기존 대학들이 평가기준으로 활용하던 SAT(미국 대입시험) 등 정량 평가자료를 일체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정답이 없는 자체시험들을 통과해야 입학자격을 부여한다. 그뒤 자신에 대한 간단한 에세이를 쓰면 된다. 미네르바스쿨의 합격률은 2017년 기준 2%로 하버드대학교(5.8%)보다 낮다.
태생부터 창의적·혁신적 인재양성을 목표로 잡았다. 미네르바스쿨은 미국 벤처사업가 벤 넬슨의 제안으로 설립됐다. 그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벤치마크’가 2500만달러(약 280억원)을 투자했고 스티븐 코슬린 전 하버드대 사회과학대학장, 비키 챈들러 전 오바마 대통령 과학정책자문위원 등이 학교 설립에 참여했다.
미네르바스쿨은 올해 첫 졸업생을 낸다. 재학생 상당수가 이미 구글 아마존 애플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글로벌 기업의 인턴십을 수행하며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우리나라도 ‘한국의 미네르바스쿨’을 내세우며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는 듯하다.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지난 2007년 방한해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허비한다”고 지적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크게 변한 것은 없다.
JTBC에서 방영되는 인기드라마 ‘스카이캐슬(SKY캐슬)’이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것처럼 여전히 고등학생들은 명문대 진학에 목을 매고, 그렇게 대학생이 되면 많게는 100명 넘게 들어찬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며 필기하는 데 급급하다. A+학점을 받는 서울대생들의 비법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교수님 설명을 받아적는 것”이라는 대목은 특히 걱정된다.
그러는 사이 정말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쓸모 없어지는 시대가 와 버렸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교육에만 적게는 몇 달에서 많게는 3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라도 정말 혁신의 시대에 맞춘 교육이 돼야 한다. 그 시기가 늦어질수록 미네르바스쿨을 택하는 인재들은 계속 늘어가지 않을까.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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