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벽 여론몰이'로 민주와 극한대치…최장기 셧다운 눈앞

대국민연설서 57억불 장벽건설 예산 통과 촉구…셧다운 민주당 탓
민주당도 반박 연설…펠로시 "대통령이 국민을 인질로 잡아"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대국민 TV 연설까지 동원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과 이를 위한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대적인 여론전을 벌였다.그러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에 맞서 장벽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면서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든 갈등상태가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날 18일째로 접어든 셧다운 사태는 역대 최장 기록(21일) 경신이라는 '불명예'를 목전에 두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사 황금시간대(프라임 타임)인 오후 9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약 10분 가까이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멕시코 국경에서 인도적 차원은 물론 안보 위기가 증가하고 있다"며 57억 달러 규모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편성해 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그는 불법 이민자들의 살인, 폭행 등 불법행위로 인해 미국인이 피해를 당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국경을 확보하는 문제는 "옳은 것과 그른 것, 정의와 불의 사이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겨냥해서는 "정치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비도덕적"이라며 민주당 측이 백악관으로 와서 자신과 협상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도 셧다운의 책임을 장벽 건설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는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는 남부 지역의 멕시코 국경을 직접 방문해 안보 담당자들과 만나기로 하는 등 여론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이어 같은 분량으로 방송된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인질로 잡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위기를 조장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다시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정부 운영 재개를 촉구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러한 무의미한 셧다운을 통해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들은 많은 것들은 잘못된 정보와 심지어 악의로 가득 차 있다"며 "대통령은 공포(fear)를 선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여야 의회 지도부와 셧다운 해소를 위한 회동을 가졌으나 접점 마련에 실패한 뒤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국가 비상사태' 카드를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장벽 건설 권한을 얻을 수 있도록 비상 지휘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내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전적으로 국가 보안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일 회동 후 펠로시 하원의장과 슈머 원내대표도 "정부 문을 다시 열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했지만, 그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대치 전선이 이어졌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한 치의 양보 없는 '강 대 강' 대치를 계속하면서 이날까지 역대 2번째로 긴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기록된 이번 사태는 최장 기록을 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역대 최장 기록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21일(1995년 12월 16일∼1996년 1월 5일)이다.

이번 셧다운은 1976년 이후 역대 20번째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기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서로 상대 진영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극적인 사태 해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경장벽 예산 확보와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제도(DACA) 존속을 맞교환하는 방안, 여타 예산을 우선 처리한 뒤 국경장벽 예산 문제를 계속 논의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