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 양국관계 '새 도약' 합창…中 핵심행위자 부상하나

김정은, 2차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시 주석에 과감한 결단 피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벽두 첫 대외활동으로 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에서 양국관계의 '새로운 도약'과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해 주목된다.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정권의 사활이 걸린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경제성장과 민생 해결 목표의 실행 등 국정 운영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후원에 더욱 기대려는 모습을 드러냈다.

양국 정상은 회담·만찬·오찬 등 만남 때마다 김 위원장의 신년 방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수교 70주년이 되는 올해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을 위한 '새로운 계획'과 '새로운 노력'을 합창했다.

무엇보다 양 정상은 그동안 설로만 나왔던 시 주석의 집권 이후 첫 공식 방북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다.김 위원장이 공식 초청했고 시 주석은 그에 대한 '계획'까지 통보하며 화답한 것이다.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 속에서 이뤄질 시 주석의 집권 후 첫 방북의 의미와 효과는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와 비핵화 협상 등 대외정책에 대해 중국과 구체적이고 진솔한 전략적 논의와 소통 의사를 거듭 밝혔고 시 주석도 동감을 표시했다.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관리와 북미 관계·비핵화 협상 전 과정에서 중국과 "공동 연구·조정" 논의를 공식 표명, 한반도 문제와 북한의 대외전략에서 핵심행위자로서 중국의 지위와 안전판 역할을 부각했다.

그는 앞서 신년사에서도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위원장이 "북한은 비핵화 입장을 계속해서 견지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유관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중시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한반도 문제의 전면 해결을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한 부분이다.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감한 결단' 의지를 피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현재 북미 비핵화 협상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폐기·사찰 등에 앞서 미국의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 선행 입장을 고수하면서 소강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2차 정상회담 결심을 굳힌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의견 교환 과정에서 미국의 '선(先) 비핵화 구체적 조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할 의사를 내비치며 이에 따른 중국의 안전판 역할을 재확인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김정은 위원장이 목표 달성을 위해 정공법을 쓰는 스타일이어서, 미국의 완전한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은 좀 더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더 이상의 대미 무역 갈등을 원하지 않으며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속내를 보여,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양보를 전제로 한 북미 양측의 윈윈하는 내용에 맞춰 전략적 소통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고, 그에 대한 준비행위라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간 회담은 이어질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향후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서 역할은 향후 북미 비핵화 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훼방꾼'이 아닌 '촉진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북·중 정상회담과 중국의 대북 후원국 역할이 오히려 미국을 자극해 북미 정상회담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그동안 남북미 3자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협상 구도에 중국이 끼어들어 복잡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