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神은 있을까? 호킹이 남긴 마지막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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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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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이 내놓는 대답은 때로 신의 의미를 부정하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비판하기도 한다. 2010년 호킹은 타임지 1면 헤드라인에 미켈란젤로 그림 속 신과 함께 등장했다. 분노한 듯 보이는 신 옆에서 호킹은 의기양양하게 “신은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고 누구도 우리의 운명을 지시하지 않는다”며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은 단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진화의 목적이 지적 생명체가 되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경계한다. 그는 “지능이 오래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며 “모든 생물이 멸종하더라도 박테리아와 단세포 유기동물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서술한다.호킹은 호킹 복사, 호킹 온도 등 획기적인 물리학 발전을 일궈냈다. 하지만 그 이성의 끝은 결국 사랑으로 이어진다. 호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우주는 그저 텅 빈 공간에 불과할 것”이라고 고백한다. 삶 대부분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음성합성기를 통해 말했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희망’이었다. (스티븐 호킹 지음, 배지은 옮김, 까치, 298쪽, 1만7000원)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