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神은 있을까? 호킹이 남긴 마지막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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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중앙아프리카 보숑고족은 태초에 오직 어둠과 물, 그리고 위대한 신 ‘붐바’만 있었다고 믿었다. 영국의 주교 어셔는 세상이 시작된 시간을 기원전 4004년으로 잡았다. 자신의 터전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거대했고 그 누구도 아직까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3월 타계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유작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은 인류가 품은 10개의 중요한 호기심에 응답한다.
호킹이 내놓는 대답은 때로 신의 의미를 부정하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비판하기도 한다. 2010년 호킹은 타임지 1면 헤드라인에 미켈란젤로 그림 속 신과 함께 등장했다. 분노한 듯 보이는 신 옆에서 호킹은 의기양양하게 “신은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고 누구도 우리의 운명을 지시하지 않는다”며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은 단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진화의 목적이 지적 생명체가 되기 위함이라는 생각도 경계한다. 그는 “지능이 오래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며 “모든 생물이 멸종하더라도 박테리아와 단세포 유기동물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서술한다.호킹은 호킹 복사, 호킹 온도 등 획기적인 물리학 발전을 일궈냈다. 하지만 그 이성의 끝은 결국 사랑으로 이어진다. 호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우주는 그저 텅 빈 공간에 불과할 것”이라고 고백한다. 삶 대부분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음성합성기를 통해 말했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희망’이었다. (스티븐 호킹 지음, 배지은 옮김, 까치, 298쪽, 1만7000원)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