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고용 부진 아프다"면서…"정책 기조 바꾸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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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 국정 키워드
경제 35번·성장 29번 거론
평화 1년새 16회→13회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 언급
"오래 전에 낙수효과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28분간 발표한 신년 기자회견문에서 핵심 단어가 반복된 횟수다. 취임 후 20개월간 고용악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문 대통령은 이날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정 운영 방향의 무게중심을 ‘경제 성과’에 두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잇따른 정책 부작용과 경고음에도 기존 정책 프레임을 고수하겠다는 견해를 밝혀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성과 내자면서 “가던 길 가야”

팩트 다른 문 대통령 발언 논란
문 대통령은 또 “장기간에 걸쳐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소득 비중은 경제성장률보다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가계소득 비중은 낮아졌다”며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비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경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정책 유지’ 의견을 밝히면서 근거로 언급한 경제 관련 수치에 일부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 벗어난 자화자찬성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경제성장률이 경제발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는 2.6~2.7%다. 이는 작년 세계 경제성장률 3.0%(국제통화기금 추정치)는 물론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의 성장률 2.9%보다도 낮은 수치다.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라는 발언도 꼭 들어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17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55였고, 5분위 배율은 7배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과 비교하면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이 각각 31위로 하위권은 맞지만 가장 낮은 것은 아니다.문 대통령은 이 밖에도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긍정 지표”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시설관리업 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업종의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8만 명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긍정 지표로 해석했지만 전문가들은 “취약계층부터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 성과를 내겠다고 하면서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라고 비판했다.
박재원/이태훈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