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국가임금위원회 만들어 정부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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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국가임금위원회 만들어 정부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최저임금 제도개편 첫 전문가 토론회
“10인이하 영세사업장에 근로자 43%…기업 지불능력 반드시 반영돼야”
“구간설정위 ‘옥상옥’ 가능성…노사 의견 들어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노사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도 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국가임금위원회’같은 상설기구를 만들면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 식으로 이원화할 필요도 없다.”(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위원회 이원화로 갈등이 커질 우려도 있지만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적정구간을 제시하면 노사 갈등 과정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결정위원회에서도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기대된다.”(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지난 7일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 개편안 발표 이후 첫 전문가 토론회다. 토론회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이 참석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단심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로만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 상·하한선을 먼저 정해주면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그 범위 내에서 이듬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은 정부가 독점 추천하지 않고 국회나 노·사단체가 추천하게 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또 결정기준에는 기존 근로자 생계비, 소득분배 개선분 등 임금을 받는 사람의 입장 뿐만 아니라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 등 임금을 주는 사람과 경제상황도 반영하기로 했다.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권 교수는 “이원화 방안은 현행 방식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상설 단일기구인 ‘국가임금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원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옥상옥’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상·하한 범위를 좁혀 3~5%로 정하면 결정위원회는 사실상 존재 의미가 없어지고, 권고 구간이 3~10% 정도로 넓다면 결정위원회에서는 현행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갈등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박 교수는 “공익위원의 역할은 결정권을 쥔 캐스팅보터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모니터링과 객관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라며 “옥상옥 논란도 있지만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갈등 절차를 한번 걸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노 연구위원은 이원화를 전제로 “구간설정위원회가 논의를 치열하게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해야 결정위원회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새로 포함될 예정인 ‘기업의 지불능력’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노 연구위원은 “한국은 10인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비중이 전체의 43%에 달할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영세기업일수록 더욱 크게 미친다”며 “사업주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고 상징적인 지표”라고 했다. 이에 반해 전 교수는 “지불능력이라는 기준을 일본에서 활용하고 있다지만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며 “독립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도 “지불능력을 결정기준에 포함하겠다는 것은 현행 최저임금제도가 대단히 노동자 쪽에 치우쳐있다고 호도된 결과”라며 “기업별로 천차만별이고 추상적인 지불능력을 법에 명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이와 관련해 결정기준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경제성장률만 포함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나 고용수준 등을 아우를 수 있다”며 “자칫 결정기준이 많아지면 반영하는 방식과 통계를 놓고 갈등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부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16일 전문가와 노·사 양측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24일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2월에는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최 과장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함에 있어)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2월국회에서 입법을 완료하는게 최선”이라며 “만약 4월 이후에 입법이 된다면 현재 8월5일인 고시일이 11월로 미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최저임금 제도개편 첫 전문가 토론회
“10인이하 영세사업장에 근로자 43%…기업 지불능력 반드시 반영돼야”
“구간설정위 ‘옥상옥’ 가능성…노사 의견 들어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노사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도 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국가임금위원회’같은 상설기구를 만들면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 식으로 이원화할 필요도 없다.”(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위원회 이원화로 갈등이 커질 우려도 있지만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적정구간을 제시하면 노사 갈등 과정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결정위원회에서도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기대된다.”(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지난 7일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 개편안 발표 이후 첫 전문가 토론회다. 토론회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이 참석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단심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로만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 상·하한선을 먼저 정해주면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그 범위 내에서 이듬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은 정부가 독점 추천하지 않고 국회나 노·사단체가 추천하게 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또 결정기준에는 기존 근로자 생계비, 소득분배 개선분 등 임금을 받는 사람의 입장 뿐만 아니라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 등 임금을 주는 사람과 경제상황도 반영하기로 했다.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권 교수는 “이원화 방안은 현행 방식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상설 단일기구인 ‘국가임금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원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옥상옥’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상·하한 범위를 좁혀 3~5%로 정하면 결정위원회는 사실상 존재 의미가 없어지고, 권고 구간이 3~10% 정도로 넓다면 결정위원회에서는 현행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갈등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박 교수는 “공익위원의 역할은 결정권을 쥔 캐스팅보터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모니터링과 객관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라며 “옥상옥 논란도 있지만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갈등 절차를 한번 걸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한편 노 연구위원은 이원화를 전제로 “구간설정위원회가 논의를 치열하게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해야 결정위원회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새로 포함될 예정인 ‘기업의 지불능력’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노 연구위원은 “한국은 10인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비중이 전체의 43%에 달할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영세기업일수록 더욱 크게 미친다”며 “사업주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고 상징적인 지표”라고 했다. 이에 반해 전 교수는 “지불능력이라는 기준을 일본에서 활용하고 있다지만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며 “독립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도 “지불능력을 결정기준에 포함하겠다는 것은 현행 최저임금제도가 대단히 노동자 쪽에 치우쳐있다고 호도된 결과”라며 “기업별로 천차만별이고 추상적인 지불능력을 법에 명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이와 관련해 결정기준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경제성장률만 포함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나 고용수준 등을 아우를 수 있다”며 “자칫 결정기준이 많아지면 반영하는 방식과 통계를 놓고 갈등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부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16일 전문가와 노·사 양측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24일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2월에는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최 과장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함에 있어)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2월국회에서 입법을 완료하는게 최선”이라며 “만약 4월 이후에 입법이 된다면 현재 8월5일인 고시일이 11월로 미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