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 증시 폭락 주범은 공매도였다"

지난해 12월 뉴욕 증시를 흔든 거대한 변동성의 원인이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정보 회사인 HFRX에 따르면 지난달 S&P500 지수가 9.2% 폭락하는 동안 레이 달리오의 브릿지워터 등 일부 대형 헤지펀드들이 높은 플러스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 관계자는 “증시 뿐 아니라 대부분의 자산이 폭락한 상황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숏(공매도)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뉴욕의 헤지펀드 D.E.쇼의 컴포짓펀드는 지난달에 3.5%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펀드는 컴퓨터 천재인 데이비드 쇼가 만든 퀀트 펀드로 자산 규모가 140억달러입니다. 12월에도 플러스 수익률을 내며 지난해 11.2%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브릿지워터의 대표 펀드인 퓨어알파스트레티지도 지난해 14.6%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브릿지워터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로 자산 규모가 1600억달러에 달합니다.

또 퀀트 헤지펀드인 르네상스도 지난해 8.5%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2월 수익률은 -2.1%였지만 시장 전체에 비하면 매우 선방한 겁니다.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도 (자산 85억달러)도 지난 12월에 0.9% 수익률을 냈습니다. 이 펀드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넷플릭스 등의 주식을 상대로 롱숏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27억달러 규모의 브레번 하워드 애셋의 마스터펀드도 12월에 0.3% 수익률을 냈습니다. 연간으로는 12.3%이구요.

지난달 미국 증시는 기록적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S&P 500 지수 기준으로 12월 한달간 하루 1%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한 날이 9번이나 됐습니다. 2017년에는 전체를 통틀어 8번밖에 없었던 일입니다.전문가들은 이런 변동성의 원인을 퀀트 등 알고리즘 탓으로 돌렸는데, 상당부분 맞았던 셈이죠.

이들 펀드는 대부분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지난달 대부분 공매도였던 것 같습니다.

HFR의 케네스 하인즈 사장은 “12월은 헤지펀드들이 2009년 2월 이후 가장 심각한 증시 급락세 속에서도 잘 선방했을 뿐 아니라 일부 펀드는 매우 긍정적 수익률을 올린 기록적인 달”이라고 말했습니다.일부에선 연초 상승세를 이들 대형 헤지펀드들의 ‘숏커버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등 Fed의 비둘기파적인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숏 모멘텀이 지나갔다고 보는 펀드들이 주식을 사서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파월 의장은 현지시간 10일 워싱턴에서 다시 강연대에 섭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0월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서 멀리 있다”는 매파적 발언으로 증시를 끌어내렸고, 11월 이를 뒤집는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밑에 있다”는 말로 도비시(dovish)해졌습니다.

하지만 12월19일 FOMC 직후에는 다시 “자산 축소 프로그램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시장에 충격을 줬으며, 지난 4일엔 “참을성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해 다시 비둘기파로 돌아갔습니다.차례로만 본다면 이번은 다시 호키시(hawkish)한 발언이 나올 때입니다. 시장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