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ㅣ지금까지 이런 수사물은 없었다… '극한직업'은 코믹인가 액션인가

/사진=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범인을 잡으려고 닭을 잡기 시작했는데, 닭을 잡기 위해 범인을 잡고있다.

영화 '극한직업'은 '스물', '바람바람바람'을 통해 입증된 이병헌 감독의 '말맛'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기에 약점으로 꼽혔던 여성 캐릭터까지 보완되면서 유쾌한 재미를 준다. 상영 시간 내내 불편한 느낌 없이 깔깔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의 정석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해체에 내몰린 마약반이다. 집에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매일 잠복 수사에 뛰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을 치면서 결국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각각의 특기를 갖고 경찰이 됐지만,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니 경찰 조직 내에서 이들은 어수룩하고 거칠기만 한 팀원일 뿐이었다.

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기회는 국제범죄조직의 마약 밀수를 소탕하는 것. 조직원들의 아지트 알아낸 마약반은 그 앞 치킨집에서 죽을 치며 잠복 수사를 펼쳤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손님이라곤 마약반 밖에 없었던 치킨집은 매물로 나왔고,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만년 반장 고반장(류승룡 분)은 퇴직금까지 털어 치킨집을 인수했다.
/사진=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파리만 날렸던 치킨집은 수원왕갈비 집 아들 마형사(진선규 분)의 특급 레시피가 입소문이 타면서 맛집이 됐다. 몰려드는 손님에 마약반 형사들은 수사보다 장사에 몰두하게 된다. 닭을 튀기고, 테이블 세팅을 하고 양념용 파와 양파를 다듬으며 하루를 다 보낸 이들은 오히려 범인을 홀로 잠복해 쫓아가다 허탕을 친 영호(이동휘 분)를 타박할 정도. 일상과 밀접하면서도 이전까지 보지 못한 수사물 설정이다. 그렇다고 말로만 때우는 영화는 아니다. 마약반 형사들의 필살기가 공개되는 마지막 소탕 작전은 홍콩 액션 느와르 못지 않은 타격감으로 지루함을 덜어냈다. 특히 이하늬의 시원시원한 액션이 돋보인다. 길게 뻗은 팔과 다리로 가볍게 상대를 제압하며 홍일점임에도 남자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마약반 뿐 아니라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의 매력을 살려준 신하균, 오정세도 반가운 존재다. '잘생긴 돌아이' 국제범죄조직의 수장 이무배,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돌아이' 국내 최대 마약 밀매 조직 수장 테드창은 신하균과 오정세의 찰떡 연기로 완성됐다.
/사진=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수사물의 화려한 액션, 시원시원한 쾌감을 유지하면서도 1분도 쉬지 않고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잠복 수사, 위기, 그리고 검거까지 이어지는 이전의 수사물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각각의 캐릭터가 쏟아내는 대사들의 말맛이 충만한 덕분이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건 갈비인가 치킨인가"라는 극중 치킨집 캐치프레이즈를 응용해 홍보 카피를 만들어 달라는 질문에 류승룡은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이건 액션인가 코믹인가"라고 답했다. 웃음에 대한 자신감이다. 오는 23일 개봉. 러닝타임 111분. 15세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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