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아니라고?…단독주택 10채 중 6채는 서민거주 다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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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든 다섯살인 A씨는 마포구에서 평생을 산 토박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40년 전 지은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다가구주택이다. 원래는 지하와 2층을 가족들이 모두 사용했지만, 분가한 뒤 A씨가 수술 등으로 목돈이 필요할 때가 생겨 세입자를 들였다. 지상 2층은 수요가 있어 3억5000만원에 전세를 줬다.
하지만 지하층은 찾는 사람이 없어 빈 채로 두는 때가 대부분이다. 어쩌다 세입자가 들어와도 제때 월세를 내지 않는 등 매번 골치를 썩였다. 받는 월세도 보증금 500만원에 월 20만원 정도였다. 작년까지 이 집의 공시가격은 7억원대였다.올해는 9억원대로 훌쩍 오른다는 통보를 받았다. 표준주택 주민의견청취를 통해서다. 그 탓에 올해부터는 꼼짝없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건강보험료도 따로 내게 생겼다. A씨는 “내가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평생 살다보니 땅값이 올랐을 뿐”이라며 “소득이라곤 연금과 자식들 용돈이 전부여서 세금 낼 일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고가 단독주택에 대해서만 보유세 부담을 높일 예정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 시내 단독주택 10채 중 6채는 주로 서민들이 거주하는 다가구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가 낸 보증금이나 월세에 의존해 집한 채를 소유하고 있을 뿐인 고령자 은퇴자 등도 보유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다가구주택이란 단독주택 내에 여러 가구가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주택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윗층에 살고 아래층에 전‧월세를 주는 형태로 거주한다. 이런 다가구주택 소유주들 중 상당수가 정부의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해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전세를 끼고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집주인들은 보증금 상환 부담에 더해 늘어난 세금까지 떠안게 되는 것이다.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시내 단독(다가구)주택 수는 33만1863동이다. 이 중 다가구주택은 20만2108동으로 60.9%를 차지했다. 이어 일반단독이 7만8193동(23.6%), 영업겸용단독은 5만1562동(15.5%) 순이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100만6796가구다. 다가구주택 한 동에 5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것이다.
다가구주택 소유주들은 주택을 매입할 때 이전 집주인으로부터 세입자들의 전‧월세 보증금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구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하면 자본금이 상대적으로 덜 들지만 대신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상환해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며 “세입자가 나갈 때는 새로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서 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집을 나눠 갖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이들 다가구주택 소유주들도 이번 공시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게 됐다. 정부가 수십억원대 고가 단독주택뿐 아니라 5억원 이상 단독(다가구)주택의 공시가격도 최고 세 배 가까이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상한선(150%)까지 오르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내 부촌, 중산층, 저소득층 거주지역 중에서 10곳(1216가구)을 골라 전수 조사한 결과 마포구 망원동(20%), 도봉구 쌍문동(10%), 동대문구 장안동, 서대분구 홍제동 등 서민 다가구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들은 평균 8~20%의 공시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심 교수는 “공시가격 5억원이면 단독주택 평균가격 수준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다가구주택”이라며 “소득에 여유가 있는 소유주도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데, 소득이 적거나 없는 노년층 소유주라면 보유세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다가구주택은 아파트 등 다른 주택보다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을 급하게 올리면 조세전가 현상으로 전‧월세 임대료가 오를 가능성도 높다”며 “이럴 경우 서민들의 주거불안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하지만 지하층은 찾는 사람이 없어 빈 채로 두는 때가 대부분이다. 어쩌다 세입자가 들어와도 제때 월세를 내지 않는 등 매번 골치를 썩였다. 받는 월세도 보증금 500만원에 월 20만원 정도였다. 작년까지 이 집의 공시가격은 7억원대였다.올해는 9억원대로 훌쩍 오른다는 통보를 받았다. 표준주택 주민의견청취를 통해서다. 그 탓에 올해부터는 꼼짝없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건강보험료도 따로 내게 생겼다. A씨는 “내가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평생 살다보니 땅값이 올랐을 뿐”이라며 “소득이라곤 연금과 자식들 용돈이 전부여서 세금 낼 일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고가 단독주택에 대해서만 보유세 부담을 높일 예정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 시내 단독주택 10채 중 6채는 주로 서민들이 거주하는 다가구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가 낸 보증금이나 월세에 의존해 집한 채를 소유하고 있을 뿐인 고령자 은퇴자 등도 보유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다가구주택이란 단독주택 내에 여러 가구가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주택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윗층에 살고 아래층에 전‧월세를 주는 형태로 거주한다. 이런 다가구주택 소유주들 중 상당수가 정부의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해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전세를 끼고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집주인들은 보증금 상환 부담에 더해 늘어난 세금까지 떠안게 되는 것이다.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시내 단독(다가구)주택 수는 33만1863동이다. 이 중 다가구주택은 20만2108동으로 60.9%를 차지했다. 이어 일반단독이 7만8193동(23.6%), 영업겸용단독은 5만1562동(15.5%) 순이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100만6796가구다. 다가구주택 한 동에 5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것이다.
다가구주택 소유주들은 주택을 매입할 때 이전 집주인으로부터 세입자들의 전‧월세 보증금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구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하면 자본금이 상대적으로 덜 들지만 대신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상환해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며 “세입자가 나갈 때는 새로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서 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집을 나눠 갖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이들 다가구주택 소유주들도 이번 공시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게 됐다. 정부가 수십억원대 고가 단독주택뿐 아니라 5억원 이상 단독(다가구)주택의 공시가격도 최고 세 배 가까이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상한선(150%)까지 오르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내 부촌, 중산층, 저소득층 거주지역 중에서 10곳(1216가구)을 골라 전수 조사한 결과 마포구 망원동(20%), 도봉구 쌍문동(10%), 동대문구 장안동, 서대분구 홍제동 등 서민 다가구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들은 평균 8~20%의 공시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심 교수는 “공시가격 5억원이면 단독주택 평균가격 수준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다가구주택”이라며 “소득에 여유가 있는 소유주도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데, 소득이 적거나 없는 노년층 소유주라면 보유세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다가구주택은 아파트 등 다른 주택보다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을 급하게 올리면 조세전가 현상으로 전‧월세 임대료가 오를 가능성도 높다”며 “이럴 경우 서민들의 주거불안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