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中 성장률…경기둔화 뚜렷한데 변동 거의 없어

유승호 기자의 Global insight

中 공식 발표는 6%대 중후반
비공식 추정은 1~4%대 '미스터리'
美 "자료 수집·측정에 결함 심각"

中, 일부 통계 발표 중단하는 등 경제지표 둘러싼 논란 지속될 듯
중국 경기둔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통계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도 경기 둔화 조짐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제 경제 상황은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최근엔 중국 정부 산하 비밀 연구팀이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1.67%로 추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해 주목받았다. 사실이라면 6%대 중반인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물론 3% 안팎인 한국보다도 낮은 성장률이다.

중국 경제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많은 전문가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점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전년 동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6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6.7%로 동일했다. 2016년 4분기 6.8%로 상승했고, 2017년 1분기와 2분기는 6.9%로 같았다. 또 2017년 3분기부터 2018년 1분기까지 6.8%로 일정했다.지난 3년간 한국의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최저 2.0%에서 최고 3.8%까지 오르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씩 변한다”며 “잘 확립된 패턴”이라고 했다.

중앙정부 통계와 지방정부 통계 간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중국 톈진빈하이신구는 지역내총생산(GRDP)을 부풀렸다는 사실을 지난해 1월 공개했다. 당초 2016년 GRDP가 1조위안이 넘는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6654억위안이었다는 것이다. 랴오닝성, 네이멍구자치구 등도 지역 경제 통계를 잘못 집계한 사실을 인정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15년 각 지역의 GRDP 합계가 GDP보다 7% 많았다며 통계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경제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현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여러 보조지표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 철광석 수입, 전력 생산, 화물운송량, 여객 수 등을 바탕으로 경기를 추론하는 것이다.토머스 로스키 미국 피츠버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중국 경제가 24.7% 성장하는 동안 에너지 소비는 12.8% 감소했다며 통계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제가 급성장하는데 에너지 소비가 감소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버논 헨더슨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은 인공위성이 찍은 야간 조명 사진을 바탕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을 추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중국의 누적 경제성장률은 57%로 공식 통계 122%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2013년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데이터를 모으고 측정하는 방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중국 공식 통계는 미국, 유럽 국가만큼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USCC는 “서비스업과 민간부문에서 수집한 자료가 불완전하고 실제 투자와 서류상으로만 기재된 투자를 구별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미국 경제조사업체 콘퍼런스보드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4.1%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올해 성장률은 3.8%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통계가 그렇게 부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마이클 오양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통계는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가’ 논문에서 “전력 생산, 화물 운송량, 은행 대출 등 보조지표로 추정한 경제성장률과 공식 발표된 경제성장률이 비슷하게 움직인다”며 “통계가 과장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처럼 규모가 크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나라의 경제지표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게 기본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광둥성의 지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를 중단토록 하는 등 경제지표 작성을 통제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통계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