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60%는 다가구…"보유세 폭탄에 평생 살던 집서 쫓겨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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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구주택도 '공시가 쇼크'올해 85세인 A씨는 서울 마포구에서 평생을 산 토박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40년 전 지은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다가구주택이다. 가족이 전부를 사용하다가 자녀들이 분가한 뒤 A씨가 수술 등으로 목돈이 필요할 때 세입자를 들였다. 지상 2층은 3억5000만원에 전세를 줬지만 지하층은 찾는 사람이 없어 공실일 때가 대부분이다.
정부, 5억 이상 다가구주택 공시가도 최대 2배 급등 예고
공시가 7억원 마포구 다가구주택, 올핸 9억대로 올라 종부세 대상
보유세도 29% 오른 188만여원
보증금·월세 수입 의존하는 고령자·은퇴자에겐 큰 부담
전세 끼고 다가구 매입한 소유주…보증금에 稅부담 늘어 '설상가상'
어쩌다 세입자가 들어와도 제때 월세를 내지 않는 등 말썽을 부릴 때가 많다. 월세도 보증금 500만원에 월 20만원 정도다. A씨는 올해 공시가격이 9억원대로 훌쩍 오른다는 통보를 지난달 받았다. 작년까지 이 집의 공시가격은 7억원대였다. 그 탓에 올해부터는 꼼짝없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보유세가 지난해 146만1600원(종부세 0원)에서 올해 188만6016원(종부세 1만7680원)으로 29% 늘어난다. 건강보험료도 따로 내야 한다. A씨는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평생 살다 보니 땅값이 올랐을 뿐”이라며 “소득이라곤 연금과 자식들 용돈이 전부인데 매년 올라가는 세금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정부는 올해 5억원(작년 공시가격 기준) 이상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전년 대비 30~50%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 시내 단독주택 10채 중 6채는 서민들이 거주하는 다가구주택이어서 고령자 은퇴자 등이 보유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단독주택 33만채 중 다가구 20만동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시내 단독(다가구)주택 수는 33만1863동이다. 이 중 다가구주택은 20만2108동으로 60.9%를 차지했다. 이어 일반단독이 7만8193동(23.6%), 영업겸용단독은 5만1562동(15.5%) 순이다. 다가구주택이란 단독주택 내에 여러 가구가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주택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위층에 살고 아래층에 전·월세를 주는 형태로 거주한다. 이런 다가구주택 소유주 중 상당수가 정부의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해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전세를 끼고 다가구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들은 보증금 상환 부담에 더해 늘어난 세금까지 떠안게 되는 것이다.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은 주택을 매입할 때 이전 집주인으로부터 세입자의 전·월세 보증금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구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하면 자본금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대신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상환해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며 “실질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집을 나눠 갖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자에겐 수백만원도 큰 부담”
그럼에도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은 일반 단독주택 소유자와 마찬가지로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수십억원대 고가 단독주택뿐 아니라 5억원 이상 단독(다가구)주택의 공시가격도 최고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상한선(150%)까지 오르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한국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올해 보유세를 계산해본 결과 공시가격이 작년 16억6000만원에서 올해 32억원으로 뛰는 서울 삼성동 한 다가구주택 보유세는 556만1568원에서 834만2352원으로 급증한다. 연남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공시가격이 9억1300만원에서 17억2000만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가 전년(189만9398원)보다 100만원 가까이 뛴 284만9098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15억2000만원에서 23억7000만원으로 오르는 방배동의 한 다가구주택 소유자는 보유세를 올해 728만원까지 내야 한다. 작년엔 485만9616원을 납부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보유세가 전년 대비 수십만원 오르는 다가구주택도 많지만 매년 납부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며 “소득이 적거나 없는 고령자라면 세금 부담 때문에 평생 살던 곳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석/윤아영/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