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前 대법원장 "부당한 지시 없었다"…헌정 첫 전직 사법수장 檢 조사

< 11시간10분 檢 조사 마치고 귀가 > 양승태 전 대법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11일 오전 9시30분부터 진행된 11시간10분가량의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자정 무렵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직권남용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 출석 직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과 관련된 법관들은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이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묻자 “부당한 지시가 없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그는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고 내부 정보를 유출하거나 법관을 사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조만간 한두 차례 더 소환 조사한 뒤 다음달 초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