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궁, 면세점 빅3 매출 70% 담당…中 규제가 실적행진 변수되나

국내 면세점 매출 '사상 최대'

'유커' 빈자리 '따이궁'이 채워
면세점 매출 19兆 돌파 '신기록'
롯데, 7조5000억으로 25% 늘고 신라면세점도 매출 1兆 이상 증가

따이궁 '쏠림 현상'은 해결 과제

올해 中 전자상거래법이 걸림돌
SNS 등으로 판매하는 따이궁 규제…中, 온라인 판매·세관단속 강화로
따이궁 활동 위축 땐 매출 감소
< 끝이 안 보이는 따이궁 행렬 > 롯데면세점 서울 명동본점에 입장하기 위해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국 면세점은 2017년 위기를 맞았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지 않은 탓이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유커)으로부터 나왔던 국내 면세점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을 비롯한 대부분 면세점이 그해 줄줄이 적자를 냈다.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세계 1위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면세점에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이 처음으로 19조원을 넘어선 배경이다.‘면세점 빅3’ 일제히 최대 매출

13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주요 면세점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7조5000억원을 넘겼다. 전년 대비 25%가량 늘었다. 작년 7월 인천공항면세점 1터미널 내 면세점에서 철수해 연 1조원 가까운 매출 기회를 잃었는데도 성장폭이 컸다. 시내면세점 매출이 급증한 덕분이다. 서울 명동본점은 처음으로 연매출 4조원을 넘겨 35% 이상 성장했다. 잠실 월드타워점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신라면세점 또한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교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라면세점의 작년 매출을 4조1420억원(IFRS 연결기준)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늘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2017년 2.1%에서 지난해 5%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약 590억원에서 2300억원까지 늘었다는 것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국내 면세점의 실적 개선은 따이궁이 이끌었다. 따이궁은 한국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 팔았다. 위챗 웨이보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개인을 상대로 물건을 판매하는 ‘웨이상(微商)’이 이 물량을 소화해줬다. 일부는 따이궁이 온라인에서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 면세점→따이궁→웨이상→중국 소비자’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형성됐다.

한국 면세점은 △가격이 저렴하고 △‘짝퉁’을 취급하지 않는 데다 △상품이 다양하다는 점 때문에 따이궁의 주된 구입 채널이 됐다. 중국에서 가까워 유럽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운송비가 덜 든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국에서 인기있는 한국 화장품은 국내 면세점 가격이 중국 현지의 절반 수준이다. 작년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 매출의 약 70%가 따이궁에서 나온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따이궁 매출 20~30% 감소 전망도올해에도 작년과 같은 성장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가 전자상거래법을 올 들어 시행한 게 가장 큰 변수다. 따이궁, 웨이상 등 온라인에서 소규모로 판매하는 개인도 올해부터는 사업자 허가를 취득해야 하고 세금 납부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이 부과되면 사업성이 떨어지고 면세품 수요도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다. 더구나 중국 세관이 따이궁의 주된 이동 경로인 홍콩, 선양 등에서 단속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까지 상당하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당장은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 않다. 1월 들어 매출 감소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따이궁의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주가만 봐도 그렇다. 작년 10월 초 10만원을 넘던 호텔신라 주식은 현재 7만원 선(11일 종가 7만400원)을 형성 중이다. 석 달 만에 주가가 약 30% 하락했다. 사상 최대 실적과 관계없이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 주가도 작년 5월 고점(47만5000원) 대비 반토막 난 24만5000원이다.국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법 시행에 따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올해엔 동남아시아 관광객 비중을 높이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등 매출 다각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