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우환·윤형근·이강소…세계로 훨훨 나는 K아트

새해에도 이어지는 미술계 해외진출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英 최대 미술관 테이트서 회고전
이우환은 퐁피두메츠 개인전…윤형근·이강소, 베네치아 '출격'

서울옥션은 홍콩경매에 총력
학고재·국제갤러리 등 8곳도 3월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
오는 10월17일 영국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하는 백남준 회고전에 출품될 2002년 작 ‘베이클라이트 로봇(Bakelite Robot)’.
2019년에도 홍콩을 비롯해 미국 유럽 시장을 겨냥한 미술계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화랑업계는 ‘아트바젤 홍콩’ 등 굵직한 아트페어에 잇달아 참가할 예정이고, 서울옥션은 홍콩 경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을 비롯해 추상화가 이우환과 이강소, 한지조각가 전광영, 설치작가 양혜규 등 20여 명의 작품이 해외 유명 미술관과 화랑에서 전시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영국 최대 미술관에서 백남준 회고전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런던에서 큰 판을 벌인다. 오는 10월17일 영국 최대 미술관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하는 백남준 회고전은 국내외 무대에서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간간이 열리던 작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1960~1990년 시기별 비디오아트는 물론 대형 설치작품, 추모곡, 사진 작업, 퍼포먼스 영상이 대거 관람객을 맞는다.

현대 음악가 샬럿 무어먼과 존 케이지, 무용가 머스 커닝햄, 화가 요제프 보이스 등과의 다양한 예술 협력도 조명한다. 2014년 미국 유명 화랑 가고시안갤러리가 백남준을 전속작가로 끌어들인 이후 최대 규모의 전시회여서 국제 미술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위작 논란으로 한때 곤욕을 치른 이우환은 유럽 현대미술의 1번지 프랑스 화단을 ‘노크’한다. 파리 퐁피두센터 분관 1호 퐁피두메츠에서 다음달 27일부터 9월30일까지 펼치는 개인전에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 사이에 작업한 회화와 조형물 등 50여 점을 골라 내보인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특별전 이후 최대 규모로, 시대별 대표작이 총망라된다.

‘단색화의 거목’ 윤형근과 전방위 아티스트 이강소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건너간다. 윤형근 회고전은 5월11일부터 11월24일까지 포르투니미술관에서 열린다. 평생 단색화에 몰두하며 1970~1980년대 시대적 절망감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생각을 그림으로 승화한 작품 50여 점을 걸어 한국 추상미학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5월7일부터 팔라초카보토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이강소의 개인전은 최근 국제 미술계가 관심을 보이는 한국 행위미술의 본질을 탐구하고 재조명하는 성격의 전시회여서 더 주목된다.지난해 국내 작가로는 처음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의 초대를 받은 ‘한지 조각의 거장’ 전광영은 독일 백앤에글링화랑(5월)과 미국 오리건주립대 조던슈니처미술관(8월)에서 잇달아 개인전을 열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설치미술가 양혜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안토니타피에스미술관(5월)의 초대전에 신작을 내보일 예정이다.

한국 미술, 중국 진출 기지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동안 뜸하던 한국 미술의 대륙 진출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국 전통 단색화와 추상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회는 3월2일까지 상하이 사립 바오룽(寶龍)미술관에 마련됐다. ‘김환기와 단색화’를 테마로 한 이 전시회에는 김환기를 비롯해 정창섭 권영우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등 10여 명의 작품 130여 점이 나와 있다.경매회사와 화랑들도 한국 미술의 ‘세컨드 마켓’으로 떠오른 홍콩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옥션은 올해 3월, 5월, 10월, 11월 네 차례 홍콩 경매행사를 열어 김환기를 비롯해 백남준 이중섭 천경자 황재형 등 유명 작가의 수작들을 내보일 예정이다. 서울옥션은 올해 홍콩 경매낙찰액 목표를 작년(663억원)보다 20% 정도 늘려 잡았다.

국제갤러리를 비롯해 학고재갤러리 PKM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리안갤러리 등 여덟 개 화랑은 3월29일부터 31일까지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해 해외 유명 화랑들과 판매 경쟁을 벌인다. 청작화랑, 갤러리 미즈 등 군소 화랑 100여 곳도 ‘아트센트럴’ ‘하버아트페어’ 등에 참가해 ‘미술한류’에 불을 지핀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김환기 그림으로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자동차 수십 대를 수출한 효과와 맞먹는다”며 “화랑을 통한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