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브렉시트 합의안 가결 촉구…EU "'안전장치' 피할 것"

메이, 승인투표 앞두고 하원 설득에 총력…부결시 '노 브렉시트' 경고
EU 수뇌부 "2020년 말 이전 미래협정 체결에 최선의 노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15일(현지시간) 예정된 승인투표를 앞두고 하원에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가결을 촉구했다.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 합의안 중 영국 내 가장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안전장치'(backstop) 적용을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4일 공영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승인투표를 하루 앞둔 이 날 잉글랜드 중부 스토크-온-트렌트 지역의 그릇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브렉시트 지지를 당부했다.

메이 총리는 "의회에는 브렉시트를 미루거나 아예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방책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영국이 EU와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보다는 의회가 마비돼 아예 브렉시트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메이 총리는 "의원들은 그들의 행동이 민주주의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신뢰에 줄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질 질의응답에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늦추거나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과 관련해 "우리는 3월 29일 EU를 떠난다"면서 "(리스본조약 50조와 관련해 브렉시트) 시기를 늦추거나 제2 국민투표를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메이 총리는 "우리는 EU를 떠나라는 국민의 지시를 받았다"면서 "나는 가장 원활하고 질서있게, 그리고 일자리와 안보를 지키면서 이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메이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간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투스크 의장과 융커 위원장은 공동명의의 서한에서 영국과 마찬가지로 EU 역시 '안전장치'가 실제 적용되지 않기를 원하며, 만약 적용되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종료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문제는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되는데, 이 경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통관규제 등이 적용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스크 의장과 융커 위원장은 영국과 EU 간 미래관계 협상을 2020년 말 이전에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6개월에 한번 미래관계 협상 진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제안도 내놨다.

아울러 '안전장치'의 대안으로 기술적 해법을 살펴보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안전장치'가 가동돼 북아일랜드와 EU 간에 상품 규제 일치가 필요할 경우에도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 수준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같은 약속이 '법적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EU는 가장 엄숙하게 이를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EU에 보낸 서한에서 만약 '안전장치'가 가동되더라도 늦어도 2021년 말까지는 이를 대체할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확약을 요구했다.

즉 '안전장치'가 가동되더라도 12개월 동안 한시적으로만 적용한다는 점을 EU가 약속해 달라는 것이다.투스크 의장과 융커 위원장은 그러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수정은 가능하지 않다며 메이 총리의 '안전장치' 종료 시한 설정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