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노가리 사랑'에 씨 마른 명태, 이젠 못 잡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명태잡이를 전면 금지한다. 새끼 명태인 노가리 남획으로 ‘물 반, 명태 반’이었던 동해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춰서다.

해양수산부는 명태 포획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부터 동해 등 우리나라 바다에서 명태 잡이가 전면 금지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금은 길이가 27㎝이하인 명태만 포획이 금지됐지만 21일부터는 명태잡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민 생선’이었던 명태는 1971년 정부가 노가리 어획을 허용하면서 동해에서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노가리가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맥주 안주로 불티나게 팔리면서 남획은 갈수록 심해졌다. 1930년대 15만t 가량이던 명태 어획량은 1960년대 2만t 으로 줄었다가 1970~1980년대에 7만t 으로 급증했다. 이 중 70% 이상이 노가리(어린 명태)였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어민들은 “노가리는 명태가 아닌 다른 어종”이라고 주장하며 남획을 계속했다.

이후 동해안 명태 어획량은 급감했다. 1991년 1만t이었던 명태 어획량은 2000년 766t, 2005년에는 25t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2017년에는 0t을 기록해 절멸 수준으로 전락했다.

해수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은 2014년부터 양식한 새끼 명태를 방류하는 등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어획량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재형 수산과학원 연구원은 “명태가 알을 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려면 3년이 걸려 당장 성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