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망명 10대 사우디 소녀 "탈출 여성 더 늘기를"

가정 학대를 피해 캐나다 망명에 성공한 10대 사우디아라비아 소녀가 자신의 경험이 더 많은 사우디 여성의 망명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올해 18세의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녹화된 호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사우디에서의 억압에서 벗어난 자신의 사례가 변화의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APㆍ로이터 통신이 15일 전했다.호주 전역에 방송된 인터뷰에서 알-쿠눈은 "사우디 정부 시스템과 학대를 피해 망명을 하려는 사우디 여성들이 더 늘 것""이라며 "사우디에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의 망명 이야기가 다른 사우디 여성들이 용감해지고 자유로워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이를 계기로 사우디 관련 법이 개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알-쿠눈은 가족을 피해 망명길에 올라 태국 방콕 공항 근처 호텔에 머물면서 추방을 피하기 위해 외부인의 접근을 막고 트윗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이를 시작으로 국제사회가 그의 망명에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호주 등 다른 나라를 제치고 지난 11일 알-쿠눈을 난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의 이런 결정은 지난해 사우디 인권운동가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캐나다 정부에 맞서 사우디가 캐나다 내 자국 유학생들을 본국으로 귀환 조치하고 무역 보복을 가하는 등 두 나라가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다.알-쿠눈은 12일 토론토 공항에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 "다시 태어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놀라울 정도로 엄청난 사랑과 환대를 받았다"며 "외교부 장관이 나를 맞이하면서 내가 안전한 나라에 왔으며 모든 권리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알-쿠눈은 그의 가족이 자신과 인연을 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속이 많이 상했다고 덧붙였다.그는 "어떻게 내 가족이 내가 독립하고 싶고 학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는 이유로 인연을 끊을 수 있냐"고 말했다.

그의 망명을 계기로 사우디 여성의 권리를 놓고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가족들로부터 학대를 받은 몇몇 여성들이 망명을 시도하다 붙잡혀 강제로 집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망명 동기에 대해 그는 "나는 학대와 억압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며 "홀로서기를 원했고 내가 원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 없었고 허가 없이 직업도 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교육을 받고 직장을 구하는 등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캐나다 언론이 전했다.

알-쿠눈은 캐나다 CBC 방송 인터뷰에서 "캐나다에 있으니 마음이 무척 편하다"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망명할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만일 사우디에 그대로 살고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의 망명을 둘러싸고 호주를 포함해 몇몇 국가가 유엔난민기구(UNHCR)와 긴밀히 접촉해 왔다.호주 언론은 호주 연방정부가 알-쿠눈에 대한 망명 허용 결정에 주저하면서 UNHCR이 캐나다로 망명지를 바꾸게 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