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승 정현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끝까지 포기 못했어요"

"0-2에서 승부 뒤집기는 이번이 처음…딱 하나의 작전은 '정현답게'"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5위·한국체대)이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가다 이를 뒤집은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정현은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회전에서 브래들리 클란(78위·미국)을 상대로 3-2(6-7 6-7 6-3 6-2 6-4) 역전승을 거뒀다.

1, 2세트를 연달아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줘 패색이 짙어진 정현은 3세트부터 대반격에 나섰고 기어이 3시간 37분의 접전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 대회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한 정현은 "0-2에서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며 "팬 여러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현은 "호주오픈에 돌아와서 첫 경기를 잘 마무리해서 정말 기쁘다"며 "힘든 경기였는데 나름대로 잘 풀어낸 것 같아 다행이고 2회전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현의 2회전 상대는 피에르위그 에르베르(55위·프랑스)다.

3세트부터 대반전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그는 "다른 좋은 생각을 하려고 했고, 아직 경기가 끝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속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었다"고 답했다.정현은 "3세트부터 특별한 변화를 준 것은 없다"며 "상대 서브가 계속 까다로웠고, 포핸드도 좋아서 제 리듬을 찾으려고 노력하던 것이 2세트까지 잘 안 됐지만 0-2가 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면서 몸도 가벼워졌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2018년과 같이 호주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주위 반응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물음에 정현은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부담으로만 생각하기보다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출전해야 하는 대회 중 하나라고 여기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후 이어진 정현과 일문일답이다.
-- 동계훈련에서는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 특별한 것은 없었고 작년에 부상이 많아서 치료하면서 정상적으로 운동을 준비한 훈련이었다.

-- 이번 시즌 목표가 있다면.
▲ 구체적인 것은 정하지 않았다.

부상 없이 계속 투어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코트에 나서는 것이다.

-- 오늘 언제쯤 역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 0-2가 됐을 때는 모든 분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1-2가 되면서 저도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4세트에서 브레이크하면서 이제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고 판단했다.

5세트에서는 중간에 브레이크 기회를 살리지 못해 마지막 포인트까지 누가 이길지 몰랐던 경기였다.

-- 지난해 이 대회 4강으로 얻은 랭킹 포인트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나.

▲ 없지도 않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 역전승의 원동력이 있다면.
▲ 코트에 들어가자마자 많은 한국 팬 여러분이 계셔서 정말 깜짝 놀랐다.

끝날 때까지 축구 경기처럼 응원해주셔서 저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 2세트를 더블폴트로 내줄 때와 5세트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를 놓쳤을 때 심경은.
▲ 2세트 더블폴트는 아무렇지 않았다.

5세트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는 어떻게든 간절하게 잡으려고 했는데 상대 서브가 잘 들어왔다.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

-- 오늘 경기에 앞서 코치와 함께 세운 작전이 있다면.
▲ 작전은 하나밖에 없었다.

정현답게 코트에서 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목표였다.

-- 오늘 서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 전체적으로 끝날 때까지 서브 게임은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다.

-- 2회전 상대는 어떻게 보나.

▲ 예전에 경기를 해봤기 때문에 잘 아는 상대다.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야겠다.

-- 발바닥 상태는 어떤가.

▲ 괜찮은데 경기를 하면서 지켜봐야 한다.

깔창도 저에게 맞춰보면서 부상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 내일 일정은 어떤가.

▲ 훈련 및 치료를 통해 2회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 대회 전에 연달아 게임스코어 5-1에서 역전패를 당해 스트레스가 컸을 텐데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 2, 3년 전에 스트레스를 한창 많이 받을 때에 비하면 요즘은 스트레스가 많지 않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넘기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