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카드정책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달 말까지 마련하겠다던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방안’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카드 부가서비스와 일회성 마케팅 축소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의견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은 부가서비스 축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카드업계가 줄어드는 수수료 수입을 부가서비스 축소로 만회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부가서비스 변경을 허용해 주겠다고 했다.하지만 금융감독원과 중소 카드사가 난색을 보이고 나섰다. 기존에 유지해오던 부가서비스를 줄이면 카드사들이 줄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확대함으로써 수익성 저하를 만회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이 역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이 대안은 가계부채 문제를 키우고, 부실 위험이 커지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금융위와 대형 카드사들의 우려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수렁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란 얘기도 나온다.

카드업계는 금융위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카드 수수료로 해결하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면 정부가 예산으로 하는 게 마땅한데, 민간을 동원하다 보니 당연히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라는 반응이다. 줄어드는 가맹점 수수료가 연간 8000억원에 이르는데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면 ‘아마추어적’ 정책 결정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그나마 부가서비스를 축소해 카드사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했다면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와의 약속 문제를 너무 소홀히 취급했다는 비판이다.

대안도 없이 다음달 1일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 죽어나는 것은 카드업계다. 적자가 나면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시스템 리스크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금융위는 금융사 건전성과 거시건전성을 함께 봐야 하는 의무가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