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데 미세먼지까지…영세상인 "나흘간 손님 한 명도 없어"

자영업자 덮친 미세먼지

광장시장 수산물 노점상 "하루종일 고등어 두 마리 팔아"
맛집 찾던 직장인들 구내식당行…서울대공원 입장객도 크게 줄어
빨래방 세탁물 크게 늘고, 온라인몰 매출 급증 '반사이익'
미세먼지가 서울 상공을 뒤덮은 15일 남대문시장이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 부서는 15일 한 달 전부터 계획했던 팀 회식을 취소했다. 지난 13일부터 내려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공공기관들이 차량 2부제를 시행하면서 일부 팀원이 자가용을 끌고 오지 못해서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전통시장, 식당 등 야외 업소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었다. 대신 이들의 수요가 실내 쇼핑몰, 온라인몰 등으로 몰리고 있다. 이날 서울(105㎍/㎥)을 비롯한 전국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전통시장 발길 ‘뚝’

대표적으로 타격을 받은 곳이 전통시장이다. 서울 종로 광장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80대 할머니는 “오전 7시에 나와서 하루 종일 고등어 두 마리를 팔았다”며 “시장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이라 오늘은 일찍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인동 통인시장에서 닭강정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2)도 “눈과 비가 오는 날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 매출이 더 떨어진다”며 “외출을 자제하라고 문자로도 경고가 오는데 사람들이 시장에 오겠느냐”고 되물었다. 영등포 전통시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반찬가게 사장인 안모씨(56)는 “지난 13일부터는 손님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미세먼지가 묻지 않도록 반찬을 랩에 싸두거나 뚜껑으로 덮어놔도 안 팔린다”고 했다.

점심시간이면 인근 맛집을 찾아다니던 대학생과 직장인들도 이날은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종로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최예슬 씨(29)는 “미세먼지를 뚫고 나갈 자신이 없어 오늘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피스 상권인 경복궁 인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최모씨(60대)는 “평소 같으면 점심에 직장인이 몰려와 줄을 서지만 오늘은 손님이 평소의 4분의 1밖에 안 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서울 신촌 연세대 학생회관에 있는 구내식당은 낮 12시가 되기도 전에 학생들로 가득 찼다. 취업을 준비 중인 김영민 씨(23)는 “방학이지만 어제부터 사람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어제 늦게 나왔다가 자리를 찾지 못해 10여 분간 식당을 돌았다”고 말했다.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등 포근한 날씨였지만 12~15일 서울대공원 입장 인원은 3043명으로 전주인 5~8일 5236명에 비해 41% 급감했다.

온라인몰·빨래방은 매출 늘어

미세먼지 덕을 보는 업종도 있다. 빨래방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가 운영하는 세탁편의점에서는 8~14일 세탁물이 142만465건 접수됐다. 전주인 1~7일(135만112건), 작년 같은 기간(133만3419건)과 비교해 모두 늘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12~14일에 접수 건이 몰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서울 상계동에서 빨래방을 찾은 주부 이한자 씨(56)는 “날이 흐리고 탁해서 빨래가 잘 마르지도 않고 미세먼지가 붙어있을까 봐 업체에 맡겼다”고 말했다.

직접 쇼핑하러 나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장까지 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온라인몰은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 온라인몰인 이마트몰에서는 11~14일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 많았고, 하루 평균 주문 건수도 17% 늘었다. 같은 기간 11번가의 반찬·간편식 판매는 전주 대비 247%, 전월 동기 대비 89% 급증했다. 티몬에서는 공기청정기(84%), 미세먼지 마스크(589%), 눈 건강용품(131%) 등 상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전자업계에서는 올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수빈/박진우/장현주/정의진/안재광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