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운반책 된 한국인 여행객 5000명
입력
수정
지면A29
부산지법, 밀수 주범에 역대 최대 1조3000억 벌금홍콩산 금괴 4만 개(2조원 규모)를 국내 공항 환승 구역에서 여행객 몸에 숨겨 일본으로 빼돌린 뒤 되팔아 4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금괴 중계무역 일당 11명에게 국내 사법 사상 최대 벌금과 추징금이 부과됐다.
홍콩서 구매 후 日 밀수 중계
시가 2조원…400억대 차익
부산지방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최환)는 1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조세), 관세법·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밀수조직 총책 윤모씨(53)에게 징역 5년, 운반조직 총책 양모씨(46)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각각 벌금 1조3000억원과 추징금 2조102억원을 부과했다.금괴 운반조직 공범 등 6명에게는 각각 징역 2년6개월~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669억~1조1829억원, 추징금 1015억~1조7951억원을 선고했다. 윤씨와 양씨가 각각 받은 벌금액 1조3000억원은 역대 최대다. 추징금 2조102억원은 분식회계 혐의로 23조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윤씨와 양씨는 벌금 1조3000억원을 내지 못하면 징역형과 별개로 노역장에 유치될 수밖에 없다. 노역장 유치 일수는 최대 3년이라 ‘황제 노역’이 불가피하다.
윤씨 등은 2015년 7월~2016년 12월 홍콩에서 산 금괴를 갖고 항공기를 이용해 국내 김해·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환승 구역에서 사전에 교육한 한국인 여행객에게 전달, 검색이 허술한 일본공항을 통해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소비세 인상으로 일본 금 시세가 급등하자 세금이 없는 홍콩에서 금괴를 사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려 매매차익을 노렸다. 일본 정부가 홍콩 직항 입국 승객에 대한 밀수 단속을 강화하자 세관 단속이 미치지 않는 인천·김해공항 환승 구역을 이용했다.윤씨 등은 인터넷에 ‘일당 50만~80만원, 공짜 여행’ 광고를 올린 뒤 모집한 한국인 여행객을 운반책으로 이용했다. 2016년에만 여행객 5000여 명이 이들의 금괴 중계밀수에 동원됐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