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 9호선' 파업 초읽기…공영화 될까

프랑스계 자본이 운영사 대주주
노조 "수익만 챙기고 서비스 뒷전"

복잡한 계약구조가 '발목'
작년 1074억 매출 올렸지만 위탁 수수료로 760억 지급
운행수입 관계 없이 고정수입

노조·시민단체, 공영화 요구
서울시 직영 가능성 '솔솔'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역~신논현역)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9호선운영’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사 단체협상 시한(14일)을 넘기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지하철 9호선 1단계는 개통 10년 만에 탑승객이 4배 이상 급증하면서 ‘지옥철’이란 악명이 붙은 구간이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서울시-서울메트로9호선(시행사)-서울9호선운영(운영사)으로 이어지는 민자사업 구조가 1~8호선과 같은 공영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15일 “프랑스계 자본이 대주주인 서울9호선운영이 혼잡도 개선은 뒤로 하고 과도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파업 지지 성명을 냈다. 서울9호선운영 측은 “노동계 등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다른 공영 지하철보다 효율성이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연봉 10% 더 달라’ ‘무리한 요구’

서울9호선운영 노조는 지난 8일 찬반투표를 벌여 총 조합원(468명) 기준 89%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연봉 10% 인상, 성과급 1인당 300만원 지급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세웠다. 서울9호선운영 노조 관계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사측 관계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고 맞섰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민간이 운영하고 있는 9호선 1단계 사업구조를 공영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9호선 1단계 시행사는 특수목적회사(SPC)인 ‘서울메트로9호선’이다. 2013년 말 맥쿼리인프라가 지분을 청산하자 국내 금융권 11곳이 출자해 회사를 세웠다. 서울메트로9호선은 1단계 구간에 한해 서울9호선운영과 위탁계약을 맺고 수송, 역무 등을 맡기고 있다. 서울9호선운영은 파리교통공사(RATP)와 다국적기업 트랑스데브가 대주주다.지난해 서울메트로9호선은 운행수입 942억원 포함해 총 107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8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서울9호선운영에 지급한 위탁수수료 760억원 때문이다. 계약대로라면 시행사가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운영사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는 3530억원(2012년 말 불변가 기준)에 이른다. 반면 운영사는 운행 수입과 관계없이 수수료 수입만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 2017년 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순익의 1.2배에 달하는 34억여원을 주주(RATP와 트랑스데브)에 배당했다. 서울시는 시행사가 적자를 보면 보전한다는 실시협약에 따라 같은 해 380억원의 재정보조금을 투입했다. 운영사는 흑자를 내고, 시행사는 만성적자를 내지만 손실은 서울시가 보전해주는 구조다.

서울시 “직영화 등 대안 검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행사와 운영사는 5년마다 진행하는 수수료 계약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마쳐야 했으나 서울시 중재로 기한을 연장했다. 노동계는 “수수료 협상이 종료된 프랑스 운영사에 대해 서울시가 즉각 퇴출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9호선운영 측은 급행열차 투입 등 차별화된 서비스는 공영구조가 아닌 민자사업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회사 관계자는 “다른 공영지하철에 비하면 투입되는 재정보조금 규모가 훨씬 작다”며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수료와 배당 규모는 조정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 직영체제 전환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양측 간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