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北 핵무기 내년 100개"…韓 국방백서는 '북한=敵' 삭제

블룸버그 "北 핵무기 15개 보유"
"北 핵프로그램 새 단계 도달
핵실험 중단 이후에도 로켓·핵탄두 생산 확대 가능성"

국방백서 '북핵 인식' 논란
"플루토늄 50㎏ 보유 추정"…북핵 능력 2016년 평가 '그대로'
전문가 "美, ICBM 제거 주력…北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우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중에도 핵무기 생산을 확대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020년엔 북한의 핵무기 수가 최대 100개까지 증가, 이스라엘(약 80개)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게 미국 내 전문가들의 경고다. 일본 내에서도 핵 보유국으로서의 북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15일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정권과 군)은 적’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북한 비핵화, 의문은 커지는데…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조용히 발전되다, 트럼프에 대한 압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북한의 핵폭탄이 15개 안팎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블룸버그는 위성사진 분석과 정보당국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핵실험 중단 이후에도 로켓과 핵탄두를 빠르게 대량 생산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 직후인 5월 말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총 여섯 차례 핵실험을 한 장소다. 이를 두고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핵 실험을 중단했을 뿐 핵 동결을 이행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정부기구인 군축협회는 지난해 북한이 연간 6∼7개 이상의 폭탄을 생산할 수 있는 핵 분열물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추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긴 하지만, 2020년까지 (북한의) 핵탄두 규모가 20~100개에 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확산 전문가인 멀리사 해넘은 “그들(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둔화하거나 멈췄다는 징후는 없다”며 “오히려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보고서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함해) 우라늄 농축 의심 시설 두 곳을 계속 가동해 왔다는 걸 보여줬다”고 전했다.정부는 북핵 능력 파악도 안돼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의구심은 일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주일 미군사령부(USFJ)는 지난달 말 제작한 동영상에서 북한을 핵 보유 선언국으로 규정하고, 핵무기 보유량을 15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야와 일본의 우려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라는 최종 목표를 제시하면서 핵 동결 같은 초기·중기 목표를 협상 의제에 올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북한 핵 능력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국방부는 북한 핵 능력과 관련해 2016년 때와 동일한 평가를 담았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50여㎏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농축우라늄(HEU)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고만 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을 생산, 실험, 사용, 전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실험은 이미 중단했으므로 핵 동결과 비확산을 2차 미·북 정상회담의 협상 카드로 제시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은은 기존 핵무기 폐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두 번째 회담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할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북한을 암묵적으로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동휘 기자/주용석=워싱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