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타운홀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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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엽 논설위원알렉시 드 토크빌(1805~1859)은 자칫 ‘전제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민주주의를 적잖이 경계했다. ‘권력의 집중’을 민주주의 사회에 내재된 고유 위험으로 본 것이다. 조국 프랑스가 대혁명 이후 선동·폭력에 시달리는 걸 목격하고 얻은 결론이었다.
혼란스러웠던 그는 1831년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했다. 7개월 견문을 마친 뒤, 토크빌은 프랑스에서 실패한 ‘진정한 민주주의’가 신생국 미국에서 실현됐다며 놀라워했다. 이런 통찰을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불후의 명저로 엮어냈다미국 민주주의에서 토크빌이 주목한 것은 뉴잉글랜드 지역 중심의 자치전통 ‘타운십’이었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과 투표로 행정·사법의 주요 쟁점을 결정하는 ‘타운 미팅’이 사회 전반의 관행으로 확산돼 있었던 것이다. 타운 미팅을 주도하는 독립적이고 각성된 시민의 존재가 미국 민주주의를 차별화시키는 핵심이라는 게 토크빌의 진단이었다.
그리스 도시국가의 ‘광장’이었던 아고라의 근대적 변용으로 볼 수 있는 ‘타운 미팅’ 전통은 오늘날 ‘타운홀 미팅’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나 선거 입후보자는 수시로 주민들을 지역의 대학 강당 등으로 초대해 정책과 이슈를 토론한다. ‘계급장 떼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내공은 물론 성격까지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2007년 민주당 유력 대통령 후보 힐러리는 첫 경선지 아이오와주 타운홀 미팅에서 ‘신뢰하기 힘든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키우고 말았다. 대학생을 미리 질문자로 섭외한 사실이 발각돼 타운홀 미팅을 유달리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오와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대선 풍향계’ 아이오와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했고 ‘힐러리 대세론’은 크게 꺾였다.힐러리의 경쟁자였던 오바마는 타운홀 미팅을 잘 활용한 대표적 정치인이다. 대통령 재임 시에도 포퓰리스트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타운홀 미팅에 적극적이었다. 취임 직후 대규모 경기부양안이 공화당 반대에 부딪히자 그는 곧바로 순회 타운홀 미팅으로 여론몰이에 나섰다.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곳도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순회 타운홀 미팅 자리였다. 인터넷에서 국민과 직접 대화하고 소통하는 ‘e타운홀 미팅’을 시작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총수 128명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인과의 대화’를 가졌다. 사전 시나리오 없이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이라는 게 청와대의 자랑 섞인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인 사업 발굴과 투자에 더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형식 차용에 머물지 말고 ‘자율’과 ‘평등’이라는 타운홀 미팅의 정신도 되새겨, 기업인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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