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국민연금 대응하느라 경쟁력 훼손 우려"

국민연금, 한진그룹 '경영간섭' 수순

한진그룹 초긴장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첫 대상이 된 재계 14위(자산 기준) 한진그룹은 16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올해 창사 50주년(3월1일)을 맞는 핵심계열사 대한항공은 기념식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만난 한 임원은 “실적 호조와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출범 등에 힘입어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려는 시점에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참여 시도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응하느라 회사 경쟁력이 훼손될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항공·물류업계에선 세를 불린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이익 추구를 위해 회사 측에 자산 매각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기간산업의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은 수출입 기지인 부산과 인천, 평택 등지에서 컨테이너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오는 6월 대한항공 주관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 120개국 280여 개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등 1000여 명이 참석하는 IATA 총회는 ‘항공업계의 유엔회의’로 불린다. 연차총회 의장직은 행사 주관국 항공사의 CEO가 맡는 게 관례다.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권 행사로 조양호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직에서 물러나면 정상적인 총회 의장직 수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진은 지난해 3월 조 회장의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 전 전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11개 사법·사정기관이 총수 일가와 그룹에 관한 조사 및 수사에 나섰다. 조 회장과 가족은 횡령·배임부터 외국인 가사 도우미 불법고용 및 약사법 위반까지 물컵 갑질과 관련이 없는 별건 수사를 통해 기소됐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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