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2년] 美우선주의 내건 '마이웨이' 행보…국제질서 판 흔들기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 강화…반이민정책·국경장벽 논란 속 '최장기 셧다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첫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자국과 세계 무대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기조로 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익 추구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쳤다.

미국의 안전과 이익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재건하는 것이라는 인식 아래 대내적으로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췄고 대외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 일방주의 노선을 택했다.

군사, 외교 정책에선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등 해외 군사 개입 축소, 동맹과 우방의 방위비 분담 확대, 미국의 이익을 희생하는 '세계 경찰'의 역할 대신 국익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경제, 무역 정책에선 중국과의 '무역 전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체결 등으로 무역적자 해소와 이익 극대화를 위한 보호무역을 강화했다.

그간 미군의 자원을 투입해 외국 군대를 지원했고 미 국경은 허술하게 놔둔 채 다른 나라의 국경을 지켰지만, 더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익을 공유하면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반(反)이민 행정명령 발표, 멕시코-미국 국경장벽 설치 등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지구온난화'는 허구이며 미 제조업을 약화하려는 속임수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도 탈퇴했다.

이런 행보는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이라는 말까지 낳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미국이 추구해온 가치와 이상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마이 웨이' 행보를 고수했다.
◇ '미국 이익 최우선'…국제질서 흔들기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들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양국은 최대 40%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미국이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1천1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섰다.

격전은 7∼9월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맞대응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악화 일로를 걷던 중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90일 휴전'에 합의했다.

양국은 내년 2월 말까지 추가 관세를 보류하고 협상을 재개했다.

양국 대표단이 이달 7∼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실무 협상을 한 데 이어 30∼31일에는 미국에서 고위급 협상을 이어간다.

미국의 무역전쟁은 '중국제조 2025'을 기치로 내건 중국이 '기술대국'을 꿈꾸며 무섭게 발전해 미국 패권을 위협한다는 인식에 따른 견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기존 나프타가 자국에 불리하다며 자동차 '관세 폭탄' 위협을 내세워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나프타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새로 맺었다.

작년 한국과 미국이 개정에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올해 1일 발효됐다.

과거 미국은 FTA와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의 발전에 기여한 자유주의 국제통상질서의 수호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보호무역 추세가 두드러졌다.

◇ 외교 무대서도 일방주의 행보…"세계경찰 계속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구적 관심사나 초국가적 문제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트위터에 "IS(이슬람국가)에 맞서 우리는 이겼다.

역사적인 승리 이후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향으로 데려올 시간이 됐다"고 시리아 철군을 전격 발표했다.

이어 미군 철수를 명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철군 발표 이후 비판이 쏟아졌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발표 이튿날 사의를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등 전통적 우방도 우려를 나타냈고, 미군과 함께 IS 격퇴전의 선봉에 선 시리아 영토 내 쿠르드족은 '배신당했다'며 분노했다.

이후 미 행정부는 시리아 철군이 일정 기간에 걸쳐 신중히 이뤄질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에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방문해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우리는 세계의 호구(suckers)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시리아 철군에 대한 비판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전날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세계의 경찰'로 상징돼온 미국의 개입주의 외교 노선에 마침표를 찍고 '고립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치며 동맹들에 대한 압박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6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여타 국가들과 충돌하면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지난해 5월에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합의 탈퇴를 강행했다.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 등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이 참여해 만든 이른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은 공허한 약속이 됐다.

전통적 우방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서도 마찰음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7월 나토 29개국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무임승차' 지적과 함께 나토 탈퇴까지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런 규모는 나토가 2014년 합의한 'GDP 대비 2%'의 배에 이르는 액수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양국 대표단은 지난 1년간 10차례 협상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평소 주한미군을 언급할 때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대폭 증액을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 측은 한국의 분담 비중을 현재의 2배 규모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경장벽 대치 속 '최장기 셧다운'
반(反)이민정책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남부 국경에선 범죄와 가난을 피해 고국을 등진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이 몰려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병력까지 투입해 국경보안을 강화했다.

캐러밴 수천 명이 국경에 이르자 최루가스를 쏘며 강력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유입으로 범죄, 마약, 인신매매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며 원천 차단을 위한 국경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산 57억 달러(약 6조3천600억원)를 요구했지만, 의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놓고 일부 예산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촉발된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역대 최장기 기록(21일)을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넘어서며 연일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 의회 지형 재편…트럼프 대선 시동
작년 11월 6일 중간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상·하원을 독식했던 의회 권력의 지형 재편이 이뤄졌다.

민주당은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했고, 공화당은 상원의 우위를 지켰다.

양당이 각각 상·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양분해 법안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원을 접수한 민주당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치열한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각종 법안과 예산안 심의에서부터 청문회, 증인 소환, 문서 조사까지 여러 과정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CNN은 "민주당이 소환장 집중포화(subpoena cannon)를 준비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유착 의혹을 둘러싼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2020년 대선을 앞둔 행보는 후반기 들어 본격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6월(1차)과 7월(2차)에 차기 대선을 위한 내부 토론회를 여는 등 차기 고지를 향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민주당의 경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30여명이 대선 레이스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 등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된다.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안보, 세금, 이민,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 만들기' 드라이브를 강화할 전망이다.

오는 2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예정돼 있다.이 자리에서 첫 임기 후반기의 국정 운영 청사진과 함께 재집권 기반을 닦기 위한 전략과 지지층 결집 메시지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