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교육 앞둔 지방 간부 공무원 한달 반 유급휴가 '논란'

이달 초 인사발령 났지만 교육은 내달 중순부터 시작
"인력 부족 탓하면서도 활용 제대로 못해…혈세 낭비 지적"

10개월의 장기교육을 앞둔 전국 지방자치단체 5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이 때아닌 '횡재'를 했다.
이들은 교육 시행 전까지 한 달 반의 유급휴가 들어간다.

공무원의 이런 특혜는 매년 되풀이된다.

지자체마다 이달 초 교육 파견 인사 명령을 냈지만, 정작 이들의 직무 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다음 달 중순 시작되기 때문이다.민간 기업체 직원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특혜를 공무원들만 누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지자체가 '유급휴가'에 들어가는 고급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국민의 혈세로 '공짜 월급'을 준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의 3∼5급 공무원 490여명이 교육 대상에 포함됐다.이들 중 3∼4급 공무원 90여명은 고위정책과정, 4∼5급 공무원 400여명은 고급·중견 리더과정 교육을 받는다.

교육기관은 행안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과 세종연구소 등이다.

시·도 국장과 시·군·구 부단체장을 대상으로 한 지방자치인재개발원 고위정책과정 교육 기간은 다음 달 13일부터 오는 12월 5일까지 10개월이다.지자체 대부분이 1월 1일 자로 교육 파견 인사를 내는 바람에 간부 공무원들은 교육 시작 전 43일에 달하는 휴가를 보내게 된다.

이들은 교육이 끝난 후 내년 새해 정기인사로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 27일을 더 쉬게 된다.

교육 기간 앞뒤로 따지면 70일을 쉬게 된다.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의 고급·중견 리더과정 교육을 받는 4∼5급 지방 공무원의 교육 기간도 3∼4급을 대상으로 한 고위정책과정 기간과 거의 같다.

지역 주민들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공무원이 더 많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광역·기초 자치단체가 정작 고급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광역 자치단체의 인사담당 팀장은 "행안부에 교육 기간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안부의 입장은 자치단체와 다르다.

지방 공무원의 인력 운용은 자치단체 몫으로, 행안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광역·기초 자치단체가 교육 대상자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운용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정기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교육을 시행하거나 이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특정 업무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관계자는 "장기교육 준비 기간이 필요하더라도 연차휴가를 쓰지 않고 월급을 받으며 쉬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다"며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