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현실로” 세계적 VR 콘텐츠 플랫폼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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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정우 서틴스플로어 대표와 송영일 서틴스플로어 의장평범한 거실에 문이 세 개가 있다. 첫 번째 문으로 한 걸음만 움직이면 새파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모래밭으로 순간이동한다. 뒷걸음질해서 다시 거실로 나온다. 두 번째 문으로 들어갔더니 여성 아이돌이 손을 잡고 요트 위로 이끈다. 세 번째 문으로 들어가면 절벽 위에서 외줄타기를 할 수 있다.
"목표는 ’VR계의 넷플릭스‘...올해 300개 VR 콘텐츠 만들 것"
前 탑기어 코리아 PD 등 30여 명의 전문 인력들로 구성
줄 위에서 휘청이다 HMD(가상현실 고글)를 벗는다. 절벽도, 요트도, 바다도, 심지어 거실도 사라진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빠졌다 나온 기분이다. 서틴스플로어가 자신있게 내놓은 VR 솔루션 ‘매트릭스 게이트(MATRIX GATE)’다. 몸을 움직여 VR(가상현실) 공간 내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체험을 제공하는 VR 콘텐츠다.VR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서틴스플로어’가 만든 것은 매트릭스 게이트뿐만이 아니다. 2D 평면 영상과 360도 VR 영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매트릭스 시네마(MATRIX)’, 리듬에 맞춰 날아오는 링을 컨트롤러로 타격하는 리듬 액션 게임 ‘스텀퍼(STUMPER)’, 대자연을 VR로 구현한 심리 안정 프로그램 ‘컴앤이머스(calm&immerse) 등의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다.“서틴스플로어는 VR계의 넷플릭스가 될 것입니다” 7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만난 서틴스플로어의 박정우 대표가 밝힌 포부다. 아직은 VR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축적된 이후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그 시기를 2020년으로 본다. 그때가 되면 기기-콘텐츠-통신기술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5G(5세대 이동통신)의 도입이 큰 호재다.
송영일 의장은 서틴스플로어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온라인 게임 업계에 20년 가까이 있던 송 의장이 VR에 뛰어든 이유는 레드오션인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서 눈을 돌려야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의 문법과는 차원이 다른 VR이 영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믿었다. 박 대표가 서틴스플로어에 합류한 이유도 비슷하다. 네이버에서 서비스 기획을 맡았던 그는 “VR은 기존의 서비스가 주지 못한 새로운 UX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서틴스플로어가 제공하려는 새로운 UX란 무엇일까. 힌트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현실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 세계를 만드는 게 서틴스플로어의 목표다. 송 의장은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영화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손사레를 치면서도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세계에서 물리적으로, 비용적인 문제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쉽고 저렴하게 제약 없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서틴스플로어가 만드는 VR 세계는 네 분야로 나뉜다. 우선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여행 콘텐츠다. 서틴스플로어는 평소에 가기 어려운 장소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들을 만들고 있다.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있다. 아티스트 팬덤들이 있기 때문에 콘텐츠 소비층이 확실한 분야다. 다음은 서틴스플로어가 자랑하는 익스트림 모터 스포츠 콘텐츠다. 모터 스포츠 영상은 특수촬영 기법이 필요해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이를 VR 콘텐츠로 만들어냈다는 거 자체로 서틴스플로어는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
마지막은 의료 영역이다.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업해 교육콘텐츠부터 시작해서 예방, 진단, 치료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다. 의료영역에서 가상현실이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넓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의료 영역은 무엇을 하든지 비용이 매우 높고, 공간적 제약이 큰 경향이 있다”며 “VR은 비용 효율적이며, 접근성을 높이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분당서울대병원 외에도 상당수의 병원들이 서틴스플로어에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심폐소생술(CPR) 교육 대부분은 집체 교육 형태에요. 가상현실 내에서라면 훨씬 실제적인 상황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다 여러 사람이 모일 필요도 없습니다. 또 에크모(ECMO)라는 응급체외순환장치가 있어요. 병원에서 이 장비에 대한 교육을 하면 한 번에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쉽게 교육을 하지 못합니다. 숙련도가 떨어지고 실제 상황에서 잘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어요? 그런 것들이 가상현실 내에 있다고 하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무엇보다 위험도가 0인 상태에서 계속 연습해볼 수가 있겠죠.”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해내는 서틴스플로어의 역량은 콘텐츠 전문가들이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다 해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구축된 것에서 나온다. 탑기어 코리아 PD, 드라마 PD, 네이버 서비스 기획, 게임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30여 명의 사람들이 VR에 대한 이해도 깊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몰입형 미디어 기술 연구소‘와 ’서틴스플로어 헬스테크‘라는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송 의장은 “작곡가, 성우 등도 포진되어 있어 VR 콘텐츠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서틴스플로어의 자랑”이라고 밝혔다. 파이프라인이 있기 때문에 자체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서틴스플로어가 자체 보유한 IP는 100여 개. 그는 “올해 목표는 300개의 VR 콘텐츠를 더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틴스플로어는 국내뿐만 아니라 이미 해외까지 진출한 상태다. 태국, 캐나다 등 해외 지사가 있어 해외 네트워크와의 협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안에 영국과 일본 지사도 설립된다. 송 의장은 VR 콘텐츠가 가진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