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차이나 타고 첫 방미했던 김영철, 이번엔 美국적기 탄다

2000년 北조명록도 유나이티드 항공 이용…美정부 배려 가능성
지난해 5월 첫 방미 때 중국 항공기를 이용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번에는 미국 국적 항공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김 부위원장은 17일(중국 현지시간) 오후 6시 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유나이티드 항공 UA808편을 예약한 상태다.

이 항공편은 중국 국적기인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와 공동운항(코드쉐어)하기는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탈 항공기는 유나이티드 항공 로고가 새겨진 미국 국적기다.

미국의 독자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는 김 부위원장이 미국 국적기를 타고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에 도착하는 것이어서 최근 북미관계의 유동성과 맞물려 상징적인 모양새가 연출되는 분위기다.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는 에어차이나 항공기를 이용했다.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서 미국 여행이 금지돼있는 김 부위원장을 일정부분 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낮 베이징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별도의 에어차이나 항공편도 있지만 김 부위원장은 이를 택하지 않았다.의전을 중시하는 북한 입장에서도 김 부위원장이 중국 국기가 머리 부분에 새겨진 에어차이나 항공기로 워싱턴에 가는 것보다는 미국 국적기를 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북한 고위관료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을 때도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였던 조 제1부위원장은 유나이티드 항공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하루를 묵고 다음 날 같은 항공사를 이용해 워싱턴으로 떠났다.당시 미국 정부는 유나이티드 항공에 미리 공문을 보내 조 제1부위원장의 방문을 통보하고 협조를 구하며 예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제1부위원장의 방미 한 달 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뉴욕 방문을 취소하고 평양으로 돌아가버린 사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상임위원장 일행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담 참석차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아메리칸 항공을 타려다 몸수색이 과도하다며 평양으로 귀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