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외국사 시청률 자료 구입…'中企 우선구매' 원칙 위반 논란

현장에서

작년 국감서 지적받았지만 외국계 닐슨과 또 계약
KBS "법적 하자 없다"

유재혁 문화부 기자
KBS의 시청률 조사 자료 구매와 관련해 ‘법률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기업이 조사한 시청률 자료를 우선 구매하라는 관련법을 준수하지 않고 외국 기업 자료만 사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

KBS는 지난해 11월 ‘2019년 시청률과 화제성 자료 구매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열어 미국 닐슨의 한국법인인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조사 자료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방송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현행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 제24조의 2는 ‘정부는 중소 소프트웨어사업자 육성을 통한 소프트웨어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국가기관 등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중소 소프트웨어사업자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는 ‘국가기관’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청률 조사 자료도 ‘중소기업 우선 구매’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외자사인 닐슨코리아보다는 한국 업체인 TNMS 자료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게 방송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KBS는 입찰 공고에 ‘중소기업 우선 구매’를 명시하지도 않았고 2016년부터 닐슨코리아와만 정식 구매계약을 맺었다.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KBS 시청률 조사 자료 구매의 부당성을 이미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따라줄 것을 권고했지만 KBS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TNMS는 이 문제를 조사해달라고 최근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다.KBS는 이에 대해 “TNMS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는 또 “시청률 자료를 보는 뷰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 출력 자료로 받아본다”며 “시청률 조사 자료 구매는 소프트웨어산업과 상관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고 정부 관계자에게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TNMS 측은 “입찰 공고에 ‘중소기업우선구매’를 명시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참여한다면 KBS 측이 적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된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TNMS 측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정식 구매계약에서 계속 탈락했다. TNMS 측은 “2015년 구매계약서에는 ‘소프트웨어 설치’ 문구가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권상희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시청률 조사가 소프트웨어산업이 아니라는 해석은 잘못됐다”며 “시청률 조사는 빅데이터산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산업”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2014년 1월, 전문가 회의 결과 시청률 조사는 소프트웨어산업으로 결론났다는 내용의 공문을 관계 기관에 발송한 바 있다.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