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기차배터리 '넛크래커' 위기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中에 성장세 밀리고 日에 공급처 확보 뒤져

차세대 기술개발 시급
제도적 지원 확대 필요
한국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산업이 시장 지배력이 있는 중국과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차세대 기술 개발과 제도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전기차 시대, 배터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배터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인 자국 전기차 시장을 기반으로 급속도로 성장하는 CATL, BYD 등 중국 기업과 테슬라 같은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한 일본 파나소닉과 달리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대표 기업의 시장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30%를 웃돌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대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테슬라,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도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경연 보고서는 “한국은 기술, 시장 점유율, 사업 환경, 성장 잠재력 등 4개 부문 가운데 기술 경쟁력은 일본에, 성장 잠재력은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며 “시장 점유율과 사업 환경 분야에서는 최하위로 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넛크래커’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게 국내 산업계의 우려다. 한경연이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 전문가 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중·일 3국의 경쟁력 비교 종합 순위는 10점 만점에 중국 8.36점, 일본 8.04점, 한국이 7.45점으로 조사됐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